주택매물 내일이면 늦으리! 속전속결
주택 구입을 위해 매주 오픈 하우스 방문을 하고 있는 한인 K모(40)씨는 “집을 둘러 보고 나면 1~2일 사이에 구매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무척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시장에 나온 주택 매물 하나에 여러 명의 구매자들이 매입 경쟁을 벌이다 보니 마음에 드는 주택을 보면 구매 여부를 바로 결정하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라는 게 K씨의 설명이다. K씨는 “일단 몇 개 매물에 오퍼를 내긴 했는데 이게 잘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며 “마치 스피드 데이팅으로 결혼 상대자를 결정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남가주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주에서 주택 구입에 내일이란 없는 듯 하다. 매입 경쟁이 극심하다 보니 마음에 들면 바로 매입 결정을 하지 않으면 주택 매물을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수요에 비해 주택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 낳은 주택 시장의 풍속도다.
23일 LA 타임스는 주택 매물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 구매 수요자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빠른 매입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주택 매물을 놓치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주부동산중개인협회(CAR)에 따르면 지난달 가주에서 판매된 주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주택이 시장에 나와 판매되기까지 걸린 판매 기간은 8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부터 주택 판매 동향을 조사해 온 이래 가장 짧은 기간이다. 31년 동안 최단기 판매 기간인 셈이다.
지난 2003부터 2005년까지 소위 부동산 거품 시기에서도 주택 판매 기간은 20일이나 됐다. 이후 2017년에 14일이 가장 짧은 판매 기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8일이라는 판매 기간이 얼마나 짧은 기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단기 판매 기간이 발생한 이면에는 주택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라는 교과서적인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저금리 유지 기조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주택 구매 수요층의 구매력이 크게 늘어났다. 이에 반해 주택 소유주들이 매물을 시장에 내놓는 것을 꺼리고 있는데다 신규 주택 건설도 코로나19로 지지부진해지면서 극심한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더욱이 30대에 접어든 밀레니얼 세대들이 생애 첫 주택 구입에 나서면서 주택 매물을 놓고 구매 희망자 사이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주택 판매 기간을 더욱 단축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해 매물을 온라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판매 방식이 도입된 것도 주택 판매 기간 단축에 한몫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택 매물을 놓치지 않으려고 현금 매입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소위 ‘현금 오퍼’가 등장하는가 하면 전문 투자기업들이 주택 시장에 뛰어들면서 실수요자들이 매입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투자기업들이 사들인 주택 매입량은 LA 카운티의 경우 올해 초에 비해 12%나 늘어날 정도다.
가주 내 신규 주택 건설 경기도 호황세를 보이고 있지만 목재 가격 급등으로 주택 건설이 지연되면서 원활한 주택 공급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여서 주택 구매 수요자 사이에 매입 경쟁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출처 : 미주한국일보 202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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