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팔아볼까’ 주택처분 관심도 2004년 이후 최고조
주택 매물 앞에 리스팅 가격보다 높게 팔렸다는 사인이 걸려있다. [로이터]
극심한 매물 부족으로 내 집 장만이 과거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은 역대 최고조다. 낮은 이자율이 지속되면서 지금 아니면 주택 구입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바이어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이에 주택 보유자들의 주택 처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주택 보유자들은 지금처럼 유리한 주택 처분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 매체 마켓워치가 주택 시장 현황과 매매 시 주의할 점에 대해 알아봤다.
◇ 주택 매매 관심 2004년 이후 최고조
주택 시장이 1년 중 가장 바쁜 봄철에 진입하면서 주택 매매에 대한 관심도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구글 검색어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금이 주택 매매 시기로 적절한지에 대한 검색 횟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중 ‘지금 집을 사야 하나’(Should I buy a house)란 검색 지수는 42로 주택 시장이 활황이었던 2007년 7월의 5보다 무려 8배나 높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을 내놓기가 꺼려졌다. 그러나 최근 백신 접종자가 늘고 코로나19 관련 수치가 개선되면서 주택 처분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구글에서 ‘주택 판매’(Sell my house)에 대한 검색 지수는 최고치인 100을 기록, 조사가 시작된 2004년 1월 33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주택 구입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바이어 중 상당수는 지난해 내 집 마련에 실패한 바이어들이다. 지난해 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활동 제재로 주택을 구입하지 못한 수요가 그동안 쌓였다가 올해 봄철 성수기를 맞아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현재 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이 역대 최고조를 이루고 있다. 올해 경우 여름철 성수기가 지나도 주택을 구입하지 못한 잔여 수요가 연말까지도 주택 구입 활동을 활발히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 집 잘 팔려도 마음 놓고 내놓지 못해
주택 가격은 팬데믹 기간 내내 올랐고 앞으로도 당분간 떨어질 기미가 없다. 주택 시장 조사 기관 코어로직이 케이스-실러 전국 주택 가격 지수는 지난 1월 전년 대비 사상 최대폭인 약 11.2%나 급등했다. 이는 10여 년 전 경기 대침체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주택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매물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에 대한 관심과 주택 구입 수요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지만 시장에 나온 매물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셀러들이 주택 가격을 주도하는 셀러스 마켓 상황을 보이고 있다.
주택 수요 증가로 주택을 처분하기에 매우 유리한 시기인 것만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셀러들이 마음 놓고 집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규모를 줄여 가는 ‘다운 사이즈’나 큰 집으로 이사 가는 ‘무브 업’ 셀러들은 일단 집을 팔고 나면 바이어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이때부터는 한 매물을 놓고 여러 바이어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집을 팔 수 있어도 주택 처분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반드시 집을 처분해야 하는 셀러라면 셀러스 마켓인 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극심한 매물 부족으로 주택 거래 시 셀러가 주도권을 쥔 만큼 여러 매매 조건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사 갈 집을 구할 때까지 에스크로 기간을 연장하거나 새 집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에스크로가 취소되는 조건을 활용하면 큰 부담 없이 주택 처분에 나설 수 있다.
◇ 섣불리 팔았다가 장기 세입자 될 수 있어
최근 집값이 오르고 집이 잘 팔리니까 무작정 ‘나도 한번 팔아볼까’ 하는 주택 보유자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집이 빨리 팔린다고 주택 처분을 너무 서두르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온라인 재정 매체 ‘너드월렛’(NerdWallet)과 여론 조사 기관 해리스 폴의 조사에 따르면 주택 보유자 6명 중 1명은 향후 18개월 내에 집을 팔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약 45%는 당초 계획보다 처분 시기를 앞당긴 것인데 경쟁 매물이 적고 집값이 올라서가 조만간 집을 내놓겠다는 이유였다.
집이 아무리 잘 팔려도 내놓기 전에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주택 가격이 오른 만큼 수수료 등 처분 비용도 상승했기 때문에 주택 처분에 따른 손익 계산서를 잘 따져봐야 한다.
또 일단 집을 팔고 주택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임대를 계획하는 셀러도 많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주식 매매 타이밍을 결정하는 것만큼 부동산 매매 타이밍을 잡는 것도 매우 어렵다고 조언한다. 아무리 높은 가격에 집을 팔아도 기대대로 주택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 자칫 임대료가 주택 처분 수익을 갉아먹을 수 있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 집 필요할 때가 최상의 구입 타이밍
주택 가격이 10여 년째 치솟으면서 최근 주택 시장 거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구글 검색어 분석에 따르면 ‘주택 시장 붕괴 시기’(When is the housing market going to crash)에 대한 검색이 최근 한 달 새 무려 2,000%나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가격 급등세에 과거 주택 시장 침체에 대한 악몽이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내 집 마련에 대한 열망으로 주택 구입 활동에 여념이 없는 바이어들도 많다.
바이어들은 주택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주택 구입 타이밍을 잡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상의 주택 구입 타이밍은 발로 집이 필요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집값이 떨어지고 이자율이 낮아질 때를 구입 타이밍을 삼는 바이어가 대부분이지만 그보다 인생 목표에 맞춰 주택 구입 시기를 결정하라는 조언이다.
예를 들어 결혼, 출산, 직장 등의 필요에 의해 주택을 구입하면 장기적으로 큰 무리가 없는 구입이 가능하다.
조만간 주택 구입에 나서는 바이어들은 시장의 경쟁 상황을 먼저 가늠해봐야 한다. 지역별로 매물이 얼마 만에 팔리는지, 얼마나 높은 가격에 팔리는지, 바이어가 수리해야하는 매물이 많은지 등에 대해 알아보고 구입을 결정해야 불필요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주택 구입을 앞두고 한 가지 더 알아둘 점은 가급적이면 다운페이먼트 비율을 높이라는 것이다. 최근 이자율이 낮아 다운페이먼트 비율을 최소화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주택 시장 위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만큼 다운페이먼트 비율을 높여 주택 가격 하락을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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