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소유주 집값 올라도 업그레이드 엄두 못내
매물 부족 현상 심각
“팔아도 걱정” 딜레마
“그때 무리해서라도 좀 더 큰 집을 살 걸 그랬어요.”
LA 한인타운에 1베드룸 콘도를 소유한 김정호 씨는 5년 전 결정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당시는 아이가 없이 부부 둘이라 20만 달러 후반대에 내 집을 장만했는데 이듬해 첫째가, 지난해는 둘째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식구가 늘면서 살림도 늘고 재택근무도 해야 해서 집이 좁게만 느껴진다”며 “그동안 집값은 2배 가까이 뛰어 좋긴 한데 2베드룸으로 이사하려면 이 집을 판 값에 최소한 12만 달러 이상은 더 줘야 해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홈오너들은 콧노래만 부를 것 같지만, 이들도 공급 부족과 높은 가격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꼭 이사가 필요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해 홈오너 또는 셀러라는 우월한 입장에서 순식간에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바이어로 전락하거나 심지어 다시 세입자 신세가 될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당장 지난 4월 전국 기준 기존 주택 매물은 1년 만에 20.5% 쪼그라들었다. LA 카운티는 더욱 심각해 지난 5월 단독주택 매물은 52% 급감한 2413건에 그쳤고 콘도도 12% 감소해 1049건에 불과했다. 대신 LA 카운티의 주택 매매 계약은 크게 늘어 단독주택은 80% 증가한 4023건, 콘도는 236% 급증한 1508건을 기록했다.
주목할 부분은 단연 공급 부족 문제다. 부동산 정보회사 ‘밀러 새뮤엘’의 조너단 밀러 CEO는
“LA의 주택 매물이 최근 7개월 연속 심각하게 감소했다”며 “리스팅 즉시 팔리고 매수세는 여전히 뜨거워 진정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도 “모아둔 목돈이 있어도 새 매물이 부족해 기존 홈오너의 주택 업그레이드는 절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택 소유주들 사이에서 ‘팔면 좋은데 그다음은 어디로 가?’ ‘지금 사는 집보다 나은 걸 찾을 수 있을까?’와 같은 심리가 확산하면서 주택시장의 경색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전 첫 주택 구매자는 작은 집을 사고, 가족이 늘면 더 큰 집으로 옮기고, 자녀들이 출가하면 작은 집으로 다운사이징 하는 게 보편적인 행태였는데 최근 극심한 매물 부족 상황에서 이런 패턴이 깨졌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홈오너들이 당장 집을 팔면 큰 차익을 남기겠지만 새로 살 집을 위해 경쟁에 내몰리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주택 보유 기간이 길어지고 베이비부머 세대 일부는 은퇴마저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주택 거래 시 셀러가 주도권을 쥐는 만큼 스스로 유리한 새로운 조건을 달기도 한다. 여기에는 이사할 집을 구할 때까지 에스크로 기간을 연장하거나, 새집을 마련하지 못하면 에스크로를 취소할 수 있고, 또는 이사할 집을 찾을 때까지 현재 사는 집에서 렌트로 사는 옵션을 추가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오른 가격을 회피할 대안으로 콘도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더 라이트 리얼티 그룹’의 맥스 이 대표는 “단독주택 부족과 비싼 값 때문에 콘도 구매를 문의하는 한인이 크게 늘었다”며 “젊은 층은 LA 외곽으로, 시니어 층은 한인타운을 선호하는 등 콘도 구매 패턴도 양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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