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주택 시장 때 아닌 호황, 거래 작년 대비 81% 증가
최근 고급 주택 거래가 증가 추세다. 사진은 고급 주택 단지 앞에 내걸린 오프하우스 사인. [로이터]
매매 차익 실현을 위한 고급 주택 매물이 최근 꾸준히 나오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최근 주택 시장에서는 수요가 있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가 감소하는 특이한 현상이 거듭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주로 중저가대 매물 시장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고급 주택 시장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한동안 집을 내놔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던 고급 주택 시장에서 지난해부터 수요와 매물이 동반 상승하면서 최근 거래가 꾸준히 늘고 있다. USA 투데이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고급 주택 시장을 취재했다.
◇ 리모델링하니 오퍼 들어와
남가주 어바인 시에 침실 5개짜리 임대 주택을 소유한 에드워드 리. 리는 10년이 넘게 임대 주택으로 운영하던 이 집을 2019년 6월쯤 처분하기로 하고 시장에 내놨다.
어바인에서도 부촌에 속하는 터틀 리지 지역에 위치한 이 주택은 수영장이 딸린 약 3,600평방피트 짜리로 당시 리스팅 가격은 약 349만 달러였다. 리는 시세보다 낮게 내놔 빨리 팔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8개월이 지나도록 오퍼 한장 구경 조차 못 했다.
때마침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부동산 에이전트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어바인 지역에서 고급 주택 매매를 전문하는 조조 로미오 에이전트는 리에게 집이 수개월째 팔리지 않는이유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고급 주택 바이어들은 바로 입주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이 완비된 주택을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리는 지난 10년간 리모델링을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카펫 여기저기에 얼룩이 있었고 벽 색상도 이미 유행이 한물간 베이지 계통이었다.
리는 로미오 에이전트의 조언을 받아들여 무려 15만 달러의 공사비를 들여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에 나섰다. 리모델링을 마치고 작년 7월에 집을 다시 내놓은 리는 전에는 구경조차 힘들었던 오퍼를 일주일만에 3건이나 받아 약 355만 달러에 매매하는데 성공했다.
◇ 100만 달러 넘는 고급 주택 거래 81% 급증
코로나 팬데믹 이전만해도 좀처럼 팔리지 않던 고급 주택이 리의 사례처럼 최근 리모델링과 함께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리모델링을 거쳐 비싸게 나온 집이라도 고급 주택 바이어들의 구매 능력이 크게 개선되며서 매매가 쉽게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고급 주택의 매매 기간은 약 61일로 지난해 1분기보다 무려 한달이나 단축됐다. 고급 주택 매매 기간은 다른 가격대의 매물에 비해서도 매우 빠른 편이다. 올해 1분기 고급 주택 매매 기간은 중간 가격대 매물의 매매 기간보다 약 18일, 저가대 매물보다는 약 14일이나 더 빠르게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올해 2월 전국적으로 100만 달러 이상 주택 매매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81%나 급증했다. 중서부 지역의 고급 주택 매매는 작년보다 무려 2배나 증가했고 북동부 지역(약 98%)과 남부 지역(약 94%)에서의 고급 주택 매매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고급 주택 매매 증가로 최근 수년째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을 겪는 중간 가격대 매물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동안 고급 주택 매물이 나오지 않아 중간 가격대 주택 보유자들의 ‘무브 업’ 구입이 좀처럼 이뤄짖 않고 있었다. 최근 주택 시장에 고급 주택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무브 업 바이어들에 의한 중간 가격대 매물 공급도 이뤄질 전망이라고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예측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고급 주택이 팔리면 중간 가격대 매물 공급이 늘어나는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 고급 주택 바이어 구매 능력 큰 폭 개선
최근 고급 주택 매매 증가 추세는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영향이 크다. 팬데믹 기간 중 큰 집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 고급 주택 매매로 이어졌다. 고급 주택 바이어들의 경우 첫주택구입자 및 중저가대 바이어와 달리 팬데믹 기간 중 경제 사정이 나아진 것도 고급 주택 매매 증가의 원인이다. 부동산 자산과 주식 가격 상승 등으로 보유 자산 가치가 늘어난 부유층의 주택 구매 능력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여기에 모기지 이자율은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으로 부유층의 고급 주택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고급 주택 마케팅 연구소’(ILHM)의 다이앤 하틀리 소장은 “부유층이 여행을 자제하는 대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게 됐다”라며 “더 크고, 더 고급스러운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NAR 의 윤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집을 전과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나타났다”라며 “큰 집에 대한 수요가 고급 주택 시장에서도 뚜렷하다”라고 설명했다.
◇ 고급 주택 매물 공급 이어져
주택 시장이 사상 최악의 매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고급 주택 시장에서는 매물이 꾸준히 공급되고 있는 점도 매매 증가 원인이다. 레드핀에 따르면 중저가대 매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바닥 수준을 보이고 있는 반면 올해 1분기 고급 주택 매물은 작년에 비해 약 1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급 주택 시장의 경우 기존 보유자들에 의한 매물 공급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가격대의 경우 신축을 통한 매물 공급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다”라며 “고급 주택 시장에서는 매매 차익 실현을 기대하는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계속 내놓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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