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 쓸 때 당당하자”… 시장 주도권 바이어로 빠르게 이동
▶ 가격 내리고 조건 양보하는 셀러 크게 늘어
▶ ‘클로징비·수리비·이자율 인하 비용’ 등 양보 조건 다양
시장 주도권이 바이어 측으로 넘어가면서 여러 오퍼 조건을 양보해 바이어를 유치하려는 셀러가 많아졌다. [준 최 객원기자]
거액이 드는 지붕 교체 비용까지 부담하는 셀러가 최근 늘고 있다. [로이터]
주택 시장 주도권이 바이어 측으로 빠르게 넘어가면서 셀러의 콧대는 하루가 다르게 낮아지고 있다.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부터 가격을 깎는 것은 물론 여러 조건을 양보하는 셀러가 크게 늘었다.
흔한 클로징 비용 부담에서부터 전에 들어보지 못했던 여러 양보 조건을 내세워 집을 팔아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치열했던 구입 경쟁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내 집 마련 계획이 있다면 올해부터는 조금 더 자신 있는 오퍼 조건을 내세워 볼 만하다.
◇ 셀러 5명 중 2명 조건 양보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오퍼 조건을 양보한 셀러는 전체 중 42%다. 레드핀의 조사가 시작된 2020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2020년 7월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시기로 주택 매기가 뚝 끊겨 셀러 양보 없이 집을 팔기 어려웠던 때다.
매물 부족과 낮은 이자율로 주택 시장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2021년 7월 오퍼 조건을 양보한 셀러 비율은 20%를 조금 넘었는데 그 비율이 불과 1년 반 사이 2배나 높아진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 주도권이 바이어 측으로 거의 넘어간 상태로 셀러와 바이어 모두 오퍼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 수만 달러 크레딧 제공까지
모기지 이자율이 빠르게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가속하면서 매수 심리가 사라진 것이 셀러가 주도권을 잃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내 집 마련을 잠시 접은 바이어가 많지만 시장에 남은 바이어는 현재 상황의 최대 수혜자다.
최근 셀러가 양보하는 오퍼 조건은 전에도 흔히 볼 수 있었던 클로징 비용 부담에서부터 각종 수리비 부담, 모기지 이자율 ‘바이다운’(Buy-Dowm) 비용 부담 등 다양하다. 셀러의 양보 조건을 금액으로 따질 경우 수천 달에서부터 수만 달러에 이르기까지 금액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레드핀 피닉스 지점의 밴 웰번 에이전트는 “최근 몇 년간 들어보지 못했던 독특한 조건을 요구하는 바이어가 많아졌다”라며 “확 바뀐 시장 상황에 자신감이 생긴 바이어가 셀러의 자산 가치가 그동안 크게 상승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 공격적인 오퍼 조건을 내세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여러 조건 동시 양보도 많아
웰번 에이전트가 최근 중개한 한 주택 거래의 경우 바이어가 지붕 교체 비용으로 1만 5,000달러를 요구해서 1만 달러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해당 셀러는 1만 달러 수리비 지불 외에도 구매 계약 체결 가격을 당초 리스팅 가격보다 이미 낮추는데 합의한 상태였다. 웰번 에이전트에 따르면 또 다른 셀러는 수리비와 클로징 비용, 이자율 ‘바이다운’ 비용, 가전제품 워런티 구입 비용 등으로 무려 2만 5,000달러의 크레딧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거래도 최근 체결됐다.
웰번 에이전트의 사례처럼 가격 인하는 물론 여러 조건을 동시에 양보하는 셀러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최소 한 가지 이상 조건을 양보한 셀러는 약 42%였고 리스팅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합의하면서 한 가지 이상 조건을 양보한 셀러도 약 22%였다.
약 19%에 해당하는 셀러는 집을 내놓은 기간 리스팅 가격을 자진해서 내렸고 양보 조건까지 내세웠다. 조건 양보, 리스팅 가격 자진 인하, 리스팅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계약 체결 등 ‘모든 조건’을 다 양보할 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셀러도 11%에 달했다.
◇ 피닉스, 조건 양보 셀러 1년 사이 2배
집을 빨리 팔기 위해 오퍼 조건 양보에 나서는 셀러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수요가 치솟은 이른바 ‘팬데믹 붐 타운’에 집중됐다. 피닉스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오퍼 조건 양보에 나선 셀러가 전체 중 약 63%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피닉스는 1년 전만 해도 불과 약 33%의 셀러만 바이어의 조건 양보 요구를 받아들였는데 불과 1년 만에 그 비율이 2배나 높아진 것이다. 피닉스 외에도 시애틀(26%포인트↑), 라스베거스(22%포인트↑), 샌디에고(21%포인트↑), 디트로이트(20%포인트↑) 등의 도시에서도 오퍼 조건 양보에 나서는 셀러가 최근 1년 사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 샌디에고 셀러 10명 중 7명 조건 양보
이중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샌디에고는 지난해 4분기 오퍼 조건 양보 셀러 비율이 7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샌디에고의 경우 최근 수년간 전국에서 주택 가격이 가장 빠르게 상승한 지역으로 향후 주택 가격 하락과 시장 침체를 우려한 셀러가 경쟁적으로 집을 내놓고 있다.
피닉스(63%), 포틀랜드(62%), 라스베거스(61%), 덴버(58%) 등의 도시에서도 오퍼 조건 양보를 앞세워 집을 팔려는 셀러가 크게 늘었다. 반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수요가 다시 몰리는 뉴욕(13%), 샌호제(14%), 보스턴(17%), 필라델피아(22%) 등의 도시는 아직까지 셀러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하는 도시다.
◇ 지나친 ‘헐값 오퍼’는 아직 무리
재정전문 머니 매거진은 바이어가 더 이상 소심해질 필요가 없고 여러 조건을 셀러와의 협상 테이블 올려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웃돈 구입’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고 리스팅 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오퍼를 제시하는 바이가 더 많아졌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셀러 5명 중 1명꼴로 리스팅 가격을 내렸는데 이는 전과 달리 가격 협상 의도가 있음을 내비친 셀러가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의 ‘헐값 오퍼’를 제시할 만큼의 주택 시장 상황은 아직 아니다. 부동산 업체 더 코코란 그룹의 네이선 지맨 에이전트는 “주택 시장이 침체 상황이 아니므로 헐값 오퍼는 주의해야 한다”라며 “매물이 시장에 나온 기간을 감안해 리스팅 가격보다 조금 낮은 가격으로 오퍼를 제시해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출처 한국일보]
http://www.koreatimes.com/article/20230111/1448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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