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에 `매파 발톱’ 드러낸 연준… 월가 “내년초 금리인상”
▶ 빨라지는 `테이퍼링 시계’ 옐런 “경제과열에 대응” 발언 후 “통화정책 변경 가까워지고 있다”
▶ “자산매입 축소 논의할 때 올 것” 연준, 경고 목소리 잦아지고 세져…모건스탠리는 “연말 테이퍼링”지난 4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시사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경제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밝히자 시장이 요동쳤다. 뒤늦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월가에서는 의도된 발언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CPI)는 시장 예상치를 훨씬 웃돈 4.2%를 기록하면서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최근 통화 당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관련 언급도 부쩍 많아졌다. “당장 서두를 필요가 없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아직 지배적이기는 해도 ‘긴축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잦아지고 강도도 세지는 양상이다.
실제 리처드 클래리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은 25일 “앞으로 다가올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논의할 때가 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지표가 중요하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긴축의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테이퍼링과 관련한 논의를 ‘앞으로 다가올 회의’에서 할 것임을 시사해 다음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6월 15~16일)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연준도 군불을 때는 모습이다. 19일 공개된 4월 FOMC 의사록은 처음으로 테이퍼링을 거론했다. 이보다 앞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통화정책 변경 논의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고 매파인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은 총재는 “경기가 상당히 좋아지면서 테이퍼링을 논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연준은 공개적으로 인플레이션보다 고용지표를 중시한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의 금리 인상 필요 발언 사흘 뒤에 나온 4월 고용보고서(26만 6,000명 증가)는 연준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명분을 제공했다.
하지만 4월 CPI가 연준에 충격을 줬다. 그런 만큼 28일 나올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인플레이션 상황을 가늠할 중요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가에서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PCE지수가 전년 대비 2.9%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993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연준의 관리 기준인 평균 2%를 크게 웃돈다.
연준 입장에서는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3월 주택가격지수가 지난해 대비 13.2% 올랐을 뿐 아니라 상승세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월세도 들썩인다. 주거 비용 상승은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인정했듯 제로 금리와 완화적 통화정책은 집값 상승의 한 요인이다. 지금의 폭등세가 지속되면 통화정책 결정 시 고용과 물가지표 외에 주택 가격도 어느 정도 감안할 수밖에 없다. 연준 내에서 긴축을 경고하는 메시지가 잇달아 나오는 배경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도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물가 상승 압력이 구조적이고 장기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양적완화(QE) 축소 시기는 올해 말,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초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예측은 월가뿐 아니라 모건스탠리 자체 분석보다도 빠른 것이다. 월가에서는 내년 초 연준이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하고 내년 하반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다. 실제 마크 해펠레 UBS 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이 인플레이션의 피크”라며 물가 리스크에 대한 과민 반응을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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