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구매계약 예상보다 적어…매물 부족·집값 급등 영향
▶ 여전히 가파른 집값 상승세 당분간 이어질 듯
▶ 집값 급등에 주택 자산 가치 ‘눈덩이’처럼 불어
4월 주택 구입 계약 체결 건수가 시장 전문가 예상과 달리 하락했다. [준 최 객원기자]
집값은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로 주택 자산 가치가 지난해에 비해 약 20% 급등했다. [로이터]
1년 중 주택 거래가 가장 활발해야 할 지난 4월 주택 거래가 오히려 감소했다. 일부에서는 주택 시장 열기가 가라앉는 신호가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기 시작했다. 주택 거래 감소는 매물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주택 구입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자 주택 시장에서 발을 빼는 바이어가 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주택 시장 동향을 짚어본다.
◇ 시장 열기 식나? 계약 체결 건수 예상과 달리 하락
지난 4월 잠정 주택 거래 지수가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하락했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에 따르면 4월 잠정 주택 거래 지수는 전달보다 약 4.4%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 매체 마켓워치가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잠정 주택 거래 지수는 약 1%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었다. 4월 잠정 주택 거래 지수는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약 52%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1년 전의 경우 자택 대기 명령 등으로 주택 거래가 전면 중단됐던 시기로 큰 의미가 없는 비교라고 할 수 있다.
잠정 주택 거래 지수는 해당 월 시장에 나온 재판매 주택 매물을 대상으로 체결된 구매 계약 건수를 바탕으로 집계된다. 통상 주택 거래가 1~2개월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5월과 6월에 발표될 주택 거래 실적도 하락세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구매 계약 체결 건수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라며 “매물이 꾸준히 나오는 고급 주택 시장에서의 거래가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라며 주택 시장 불균형 현상을 설명했다.
4월 중 잠정 주택 거래는 중서부를 제외한 전국 전 지역에서 하락했다. 가장 큰 폭의 하락을 보인 지역은 북동부 지역으로 전달 대비 무려 약 13%나 급락했다. 중서부 지역은 타지역 대비 주택 시세가 낮아 최근 주택 구입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 주택 거래가 늘어난 원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이 너무 올라 주택 구입 능력이 악화된 것이 주택 거래가 감소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 시장 과열 양상으로 주택 구입 시기를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바이어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주택 시장의 열기가 식어가는 조기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대니얼 헤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나친 주택 구입 경쟁이 주택 수요 위축의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집값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
잠정 주택 거래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극심한 매물 부족과 이에 따른 주택 가격 급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3월 발표된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는 2005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 최근 주택 구입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줬다. 지난 3월 20대 도시 주택 가격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3.3% 급등했고 전월대비로도 약 1.6% 올랐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20 대도시 전 지역에서 주택 가격 상승세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전 지역의 3월 가격 상승 폭이 2월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주택 가격 지수 역시 3월 전년 동기 대비 약 13.2%의 두 자릿수 비율 상승을 기록했는데 이는 주택 시장이 활황이던 2005년 12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20대도시 중 주택 가격 상승폭이 가장 높은 도시는 모두 서부 지역에 몰렸다. 3월 주택 가격 상승 폭이 가장 높은 도시는 피닉스로 작년 3월보다 무려 약 20% 치솟았다. 샌디에고와 시애틀의 주택 가격 상승폭도 각각 약 19.1%와 약 18.3%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방 주택 금융국’(FHFA)이 별도로 집계하는 자료에서도 올봄 주택 가격이 전국적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FHFA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주택 가격 지수는 지난해 1분기 대비 약 12.6% 급등, 주택 시장의 열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린 피셔 FHFA 디레터는 “지난 1년간 주택 가격 상승 폭이 2020년 1분기 조사 때의 2배를 넘는다”라며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택 거래가 중단된 시기를 감안하면 주택 가격이 짧은 시기에 얼마나 가파르게 상승했는지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택 가격은 FHFA가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매 분기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팬데믹을 기점으로 상승 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 주택 가격 상승 폭이 커진 원인은 주택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주택 공급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팬데믹 수요인 큰 집 수요, 재택근무 수요, 외곽 지역 수요 등이 지난해 주택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또 인구층이 두터운 밀레니엄 세대가 첫 주택 구입 연령에 대거 진입하면서 첫 주택 구입 수요도 폭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기 대침체 이후 급감한 신규 주택 공급이 여전히 더딘 데다 재판매 주택 매물도 나오지 않아 심각한 주택 수급 불균형에 따른 전형적인 집값 급등 현상만 되풀이되는 상황이다.
◇ 주택 자산 가치 1년 새 2조 달러 급등
집값이 급등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주택 자산 가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코어로직에 따르면 모기지 대출을 낀 주택의 자산 가치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약 20%나 상승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2조 달러에 달하는 규모로 주택 1채 당 평균 약 3만 3,400달러의 자산 가치가 오른 셈이다.
주택 자산 가치 상승 현상은 주택 시장 과열에 따른 집값 급등에 의해 나타나고 있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주택 가격은 3월과 4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약 11%, 약 13%나 올랐는데 2006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프랭크 마텔 코어로직 대표는 “주택 자산 가치가 지난 10년 새 두 배나 증가했다”라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발생한 경제 손실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정보 업체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6월 1일 현재 약 200만 명의 주택 보유자들이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 적용 대상자들이다. 유예 프로그램이 오는 9월 종료될 예정이지만 주택 자산 가치 상승으로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유예 프로그램 종료되더라도 그간 상승한 주택 자산 가치를 활용해 주택을 처분하고 밀린 대출금을 상환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프랭크 노태프트 코어로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자산 가치 상승으로 모기지 유예 종료 후 우려됐던 급매물 급증 위험이 많이 낮아졌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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