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렌트 갈등’ 이대로는 안된다

By Ashley Kim, in 부동산 뉴스 on .

▶ 기획 – 렌트 분쟁 원인과 대책

▶ 팬데믹 기간 장기체납, 퇴거유예 종료 앞두고 임대주들 퇴거 유도에 테넌트들 ‘꼬투리 잡기’…분할납부 등 상생절실

팬데믹을 거치며 한인사회에서 건물주와 세입자 간 렌트 갈등 등 분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LA 한인타운 지역 한 아파트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박상혁 기자]
#한인 김모씨 부부는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후 함께 실직을 하면서 6개월간 렌트비를 전혀 지불하지 못했다. 자녀들과 함께 지내며 집에서 쫓겨날까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던 이 부부는 6개월이 된 시점에서 남편의 재취업으로 숨통이 틔였지만, 6개월간 밀린 렌트비를 감당할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들 부부가 세들어 사는 아파트의 한인 임대주는 밀린 렌트의 50%라도 낼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임대주와의 분쟁 조정 끝에 우선 렌트의 25%를 내고, 아내가 다시 일자리를 구하면 렌트를 더 추가로 내기로 합의에 이르렀다. 또 그동안 내지 못한 6개월 렌트는 몇 년 안에 모두 갚기로 약속했다.

이처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세입자 강제 퇴거 유예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한인사회에서도 임대주들과 세입자들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특히 무허가 건물에 수년간 거주한 한인 세입자와 집주인의 갈등(본보 9·12일자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한인사회에 서 이같은 렌트 분쟁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1년 넘도록 정상적인 렌트를 받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는 임대주들과 팬데믹으로 수입이 끊겨 렌트를 낼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세입자 등 양측 모두 코로나 팬데믹을 힘겹게 지나고 있는 형편이지만 영세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생존권이 걸려 있어 좀처럼 갈등을 해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오는 9월말 캘리포니아의 렌트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밀린 렌트비를 받아내려는 집주인들과 강제 퇴거를 당하지 않으려는 한인 세입자들의 갈등이 첨예해져 실력 행사로 까지 이어지면서 증폭되고 있다.

■분쟁 급증

한미연합회(KAC) 산하 분쟁조정센터측 집계에 따르면 한인 집주인과 세입자 갈등은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현재 렌트 문제를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분쟁조정센터 유니스 송 대표는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에 접수된 한인 임대주와 세입자간의 렌트 분쟁을 비롯한 한인들의 분쟁조정 신청은 전년 대비 52%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센터에 지난해 접수된 렌트 분쟁 등의 조정신청은 152건으로 전년의 100건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송 대표는 “전체 접수된 조정신청 중 가장 크게 증가한 것이 바로 임대주와 세입자간의 갈등 문제”라며 “오는 9월 퇴거 유예 조치가 끝나면 집주인과 세입자 갈등 사례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관련 규정은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긴급 조치로 시행한 렌트 미납 세입자에 대한 강제퇴거 유예조치를 오는 9월 30일까지 3개월 연장했다. 당초 이 유예조치는 지난 6월30일 종료될 예정이었다.

이 유예조치에 따라 세입자들이 집주인에서 렌트의 25%를 납부하면 집주인은 세입자를 강제퇴거 시킬 수 없다. 렌트의 25%를 납부했는데도 강제 퇴거당하는 경우, 세입자들은 법원에서 강제 퇴거의 부당함을 주장할 수 있다.

단, 이 경우 세입자는 자신이 렌트 전액을 납부할 수 없는 형편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며 지난해 9월1일 이후 렌트의 25%를 성실히 납부해왔음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해 9월1일 이후 렌트의 25%를 내지 못했다면 이를 매월 갚거나 전액 납부해야 오는 9월30일까지 퇴거 유예를 피할 수 있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렌트 납부 능력이 없음을 입증하지 않거나 렌트의 25%를 내지 않고 있는 경우, 15일간의 사전 통지를 주고, 세입자를 강제퇴거시킬 수 있다.

■문제점은

강제 퇴거를 당할 경우 노숙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 많은 세입자들은 현재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송 대표는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으로 렌트를 제대로 내지 못한 세입자와 임대주는 가급적 밀린 렌트를 분할 납부하도록 하는 페이먼트 플랜으로 타협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 임대주는 밀린 렌트를 전액 다 받으려하기 보다는 렌트를 깎아주는 경우도 있다”며 “모두가 어려운 팬데믹 기간에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모든 세입자와 임대주들이 타협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임대주는 렌트를 오히려 인상해 25% 마저 낼 수 없도록하는 방식으로 강제 퇴거 시도를 하다 더 큰 갈등을 야기하기도 하며, 세입자들 중에는 집주인의 불법을 꼬투리 잡아 집주인을 오히려 위협하기도 한다.

LA 한인회의 제프 이 사무국장은 “주택 임대 사업을 하는 큰 손 사업자가 아닌 영세 주택 소유주들의 경우, 평생 번 돈에 은행 대출까지 받아 임대를 하는 경우가 많아 1년 넘게 렌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집이 차압당할 수도 있는 딱한 처지에 있는 경우도 있고, 빈곤층 한인 세입자들은 강제퇴거당하면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는 등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모두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구제책이 나오지 않는 한 퇴거 유예가 종료되는 9월 30일 이후에는 보다 큰 갈등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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