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렌트보조 늦장 지급, 세입자 ‘부글부글’
▶ 신청 14만여 가구 중 17%만 지원받는 등 지연
▶ 최대 1년 소요 ‘길거리 나 앉을수 있다’ 지적
애나하임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A씨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다니던 호텔이 문을 닫으면서 직장을 잃었다. 남편 역시 몸담고 있었던 업체가 폐업하면서 실업 상태다. 가끔 건설 현장의 일용직으로 나가 일하지만 수입은 예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A씨는 아파트 임대료가 4개월 연체되자 지난 3월 말 렌트비 보조 프로그램에 지원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2주가 지나서야 애너하임 시정부에 신청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을 통보받았다. A씨는 “렌트비 지원금 신청을 다시 하려 했지만 그 때는 이미 지원 신청 기간이 지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실시하고 있는 임대료 보조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과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지원서 늦장 처리에 임대료 보조금마저 제때 지원되지 못해 임대료 보조 프로그램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주정부를 비롯해 지방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뿌리 깊은 관료주의가 세입자와 건물주 모두 분통을 터트리는 상황까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LA 데일리뉴스는 가주 및 지방정부의 늦장 대응과 업무 처리로 미국 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가주 임대료 보조 프로그램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세입자와 건물주 모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가주의 임대료 보조 프로그램은 52억달러 규모로 프로그램이 실시된 지 3개월이 되어가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임대료 보조 프로그램과 관련해 세입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업무 처리 지연과 늦장 대처다. 코로나19 사유서와 소득 감소 증명 자료를 2~3번 중복 제출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심지어 8번까지 제출했다는 세입자도 있다.
여기에 늦장 대응으로 지원 마감일을 놓치는 일도 있고 소득 제한에 걸려 지원 자체가 거부되는 사례도 많았다는 것이다.
임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도 불만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다.
세입자들의 지원 서류 제출 등 협조 없이는 건물주를 위한 보조 프로그램 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지원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세입자에 대해 건물주가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지 않다 보니 임대료 보조 프로그램의 혜택을 전혀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예산 배정을 잘못해 임대료 보조 프로그램 지원 기회를 놓치는 상황도 벌어졌다.
LA시의 경우 지난 4월30일 지원 마감일을 놓친 세입자들도 많았지만 지원에 성공한 11만3,000명의 세입자들이 신청한 임대료 지원금은 모두 5억3,000만달러이지만 배정된 예산 4억8,150만달러로 4,850만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마저도 지원금 지급 업무가 지연되어 현재까지 지급된 지원금은 고작 4,100만달러로 9%도 채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지원금을 모두 지급하는 데 18개월이 소요돼 제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주 전체 지원금 지급 속도도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주까지 가주정부에 신청한 세입자 가구 중 2만3,760 가구가 총 2억8,240만달러로 1가구당 평균 1만1,884달러의 임대료 지원금을 수령했다. 이는 전체 14만2,372가구의 17%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여기엔 남가주 12개 지역 프로그램에 지원한 17만 가구는 빠져 있어 이 숫자까지 더하면 지원금 지급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 출처 : 미주한국일보 2021. 8.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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