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고 ‘돈방석’ 앉는 베이비 부머 많아
▶ 주택 처분에 관심 갖는 부머 최근 많아져
▶ 집값 올랐을 때 팔아 은퇴 자금 마련
최근 주택 처분에 관심을 보이는 베이비 부머 세대가 늘고 있다. [로이터]집값 급등의 최대 수혜자는 베이비 부머 세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닫혔던 주택 시장의 문이 열리면서 집을 내놓는 베이비 부머가 늘고 있는데 대부분 집을 팔아 짭짤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주택을 장기 보유해 그동안 주택 자산 가치가 충분히 쌓인 데다 최근 매물이 부족한 셀러스 마켓 상황으로 집을 처분하는데 큰 어려움도 없다. 일부 베이비 부머는 주택 처분 뒤 조기 은퇴를 꿈꾸고 있고 일부는 가격대가 저렴한 시니어 주택으로 이사를 계획 중이다. 재정전문 머니 매거진이 본격적으로 주택 처분에 나서기 시작한 베이비 부머 주택 시장을 알아봤다.
◇ 집값 올랐을 때 팔고 조기 은퇴 꿈꾼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50대 후반 패티와 마이크 부부는 여러 뉴스를 통해 현재 주택 시장이 매우 ‘핫’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부부는 그들에게 저택이나 다름없는 5,000평방 피트 짜리 집을 지난 7월에 팔고 짭짤한 수익을 챙겼다. 부부가 시카고 집을 팔고 향한 곳은 기후가 온화한 사우스캐롤라이나로 그곳에서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
부부가 처분한 것은 집뿐만이 아니다. 시카고의 추운 겨울 날씨와 연간 2만 4,000달러에 달하는 재산세 부담을 훌훌 털어버렸고 모기지 페이먼트를 포함한 주거비를 월 3,000달러나 절약할 수 있어 현재 부부는 풍족한 노후 생활만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 일부 베이비 부머 집 팔면 ‘돈방석’
최근 수년간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 자산이 풍족해진 베이비 부머 세대가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베이비 부머 세대는 그동안 ‘하우스 리치, 캐시 푸어’란 오명이 따라다녔지만 주택 시장이 핫해지면서 마음만 먹으면 패티, 마이크 부부처럼 집을 팔아 얼마든지 현금 부자가 될 수 있게 됐다.
주택 가격이 지난 한 해에만 무려 약 18%나 급등해 미국 내 주택 자산 가치는 사상 최대인 약 8조 1,000억 달러로 불어났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블랙 나이트에 따르면 주택 보유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현금 인출기처럼 대출받을 수 있는 주택 자산 가치는 지난 1년 사이에만 약 11%나 불었는데 대부분 주택을 장기간 보유한 베이비 부머 세대가 수혜자들이다.
이미 모기지 대출을 상환한 베이비 부머들은 주택 가격 급등 덕분에 마치 돈방석에 앉은 것과 같은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
◇ 베이비 부머 10명 중 1명, 1년 내에 집 팔겠다
주택을 장기 보유해 주택 자산이 두둑해진 베이비 부머 세대가 첫 번째로 고려하는 옵션은 주택 처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집을 팔아서 챙기는 수익이 크게 뛰어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애톰 데이터 솔루션스에 따르면 지난해 약 3만 4,000달러였던 평균 주택 처분 수익이 올해 무려 약 9만 4,500달러로 거의 3배나 급등했다.
자녀들이 출가해 불필요한 공간이 많아진 베이비 부머 세대는 은퇴를 위한 자금이 필요한 세대다.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주택 처분을 계획하는 베이비 부머 세대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설문 조사에서 베이비 부머 세대 중 약 12%는 앞으로 1년 안에 집을 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체 세대 중 가장 높은 비율로 대부분의 베이비 부머 세대는 주택 처분 후 관리가 편한 아파트 임대 등을 계획 중이었다.
일부는 패티, 마이크 부부처럼 규모가 작은 집으로 다운 사이즈도 계획하고 있고 일부는 주택 처분으로 마련된 자금으로 조기 은퇴를 꿈꾸고 있다.
◇ 일단 팔고 아파트 렌트
LA 동부에 거주하는 한인 K 씨 부부가 그런 경우다. 주택 시장이 붕괴된 2008년 급매물로 나온 주택을 상당히 좋은 가격 조건을 구입한 K 부부. 이후 남가주 주택 가격이 10여 년째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현재 주변 시세가 2~3배가량 뛰었기 때문에 집을 팔아 조기 은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60대 중반에 접어든 부부는 자녀들이 대부분 출가했기 때문에 주택 처분에도 큰 부담은 없다. 최근 남가주에서 주택 거래가 빨리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부부는 집이 팔린 뒤 일단 아파트를 임대할 계획까지 이미 세운 상태다.
K 씨 부부처럼 출구 계획이 확실한 경우에만 집을 내놓는 것이 좋다. 내놓은 집을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사할 집을 구입할 때는 상황이 역전되기 때문이다. 낮은 가격대의 집을 골라서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구입 경쟁이 워낙에 치열할 뿐만 아니라 시장에 나온 매물도 턱없이 부족해 주택 장만에 애를 먹기 쉽다.
◇ 경쟁 덜한 시니어 주택 공략
그래서 일부 베이비 부머 세대는 주택 처분 뒤 가격대가 낮고 매물도 비교적 많은 시니어 주택 매물을 공략하는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LA에 거주하다가 10여 년 전 직장 관계로 뉴욕으로 이주한 한인 S 씨 부부는 뉴욕 도심에 아파트. 외곽 지역에 별장 형태의 작은 주택을 구입해 생활해왔다. 환갑을 앞둔 부부는 다시 LA로 돌아오게 돼 주택 두 채를 모두 처분하고 남가주에서 여생을 보낼 주택을 구입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10년 만에 돌아온 남가주 지역 주택 시장 사정에 부부는 기가 차지 않을 수 없었다. 치솟은 주택 가격은 둘째 치고 출혈 경쟁식 과열 양상에 아예 처음부터 일반 주택 구입은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부동산 에이전트의 조언대로 경쟁이 덜한 시니어 단지 내 주택을 구입하는 쪽을 눈을 돌렸다.
시니어 단지 입주 자격인 55세 이상에 해당되는 S 씨 부부가 알아보는 단지는 남가주 대표적인 시니어 주택 단지인 라구나 우즈 빌리지와 실비치 레저 월드 등이다. 규모가 작은 유닛의 가격은 20만 달러대부터 시작해 가격 부담이 훨씬 덜했고 우선 매물이 많이 나와 있는 점이 부부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 처분 계획 없다면 ‘캐시 아웃’ 재융자
당장 주택 처분이 여의치 않은 베이비 부머는 ‘캐시 아웃’ 재융자를 통해 주택 자산의 일부를 현금화할 수 있다. 캐시 아웃 재융자는 기존 모기지를 재융자 하는 과정에서 주택 자산 중 일부를 현금 형태로 대출받는 형태의 재융자 프로그램이다. 캐시 아웃 재융자를 통해 마련된 현금으로 의료비나 기타 대출을 상환 등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다.
일부 베이비 부머 세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캐시 아웃 재융자 또는 주택 담보 신용대출로 마련된 자금으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에 노인용 시설을 설치하는 리모델링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택 거래가 일시 중단되면서 캐시 아웃 재융자로 주택 리모델링에 나서는 베이비 부머 세대가 일시적으로 급증한 바 있는데 이들은 주택 처분 대신 현재 주택에서 당분간 머무는 ‘스테이 풋’(Stay Put)을 선택한 경우다.
일부 재정전문가들은 캐시 아웃 재융자를 통한 자금으로 현재 필요한 용도로 사용하고 소셜 시큐리티 연금 신청을 최대한 미뤄 수혜 금액을 최대한 높이는 전략을 추천하기도 한다. 캐시 아웃 재융자나 주택 담보 신용대출의 경우 매달 이자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상환 가능한 적정 금액을 대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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