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와 주택 구입 열풍
작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변화들을 가져왔다. 특히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재택근무가 끼친 영향은 가격 급등과 함께 탈도심의 현상을 불러왔다.
하지만 그 적용 대상이나 유연성 면에서는 코로나 19 사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전 보다 시행하는 회사들이 상당수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가 용이한 컴퓨터 계통의 회사들은 이번 기회에 원하는 직원들은 출근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소위 영구적인 재택근무제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회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이러한 영구 재택근무제를 허용한 회사들에 속한다.
그러면 재택근무가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첫째, 직장에 전혀 출근하지 않아도 되거나 출근 횟수가 대폭 줄어든 경우는 회사로부터 멀리 떨어진 소위 물 좋고 경치 좋다는 지역으로 장거리 이주를 한 경우가 꽤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남가주에서는 한인들에게도 익숙한 빅베어(Big Bear) 지역을 꼽을 수 있다. 빅베어 지역은 한인들의 이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80년대 잠깐 레저 붐이 일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이곳 부동산시장은 별로 활기를 띠지 못했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남가주 내 어느 지역보다 매매가 활성화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매매량이 100%이상 증가하면서 작년 가주 내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했던 지역으로 꼽혔다. 직장에 더 이상 출근하지 않거나 혹은 집에서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에 있는 젊은 직장인들과 여유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가까운 거리에서 등산이나 기타 레저활동을 할 수 있는 물과 산이 있는 지역들이 대폭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북가주에서는 레익타호(Lake Tahoe)를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들이 이러한 경향을 보였다. 실리콘밸리나 샌프란시스코에 거주 하던 젊은이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 지역으로 대폭 몰리면서 한때는 매매량이 400% 이상 늘어난 달도 있을 정도로 새크라멘토와 더불어 북가주 최고 인기지역으로 부상했다.
둘째,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가능해진 직장인들 가운데 이번 기회에 2~3시간 이상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주는 못하더라도 직장에서 제법 떨어진 쾌적한 환경의 외곽 지역으로 이주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가격이 폭락하면서 차압 매물이 대량으로 넘쳐나던 지역이나 팜데일 등 외곽 지역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 지역들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가격 상승폭이 컸고 경쟁 또한 상당히 치열했다. 또 한인타운 내의 편안함을 버리지 못하고 타운을 떠나지 못하던 일부 한인 젊은층도 이번 기회에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앞으로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군과 생활 환경이 쾌적한 풀러튼, 부에나팍, 밸리 지역 등으로 이주한 경우도 있었다.
셋째, 이러한 재택근무가 가져온 새로운 주택 구입 열풍 트렌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부머에 비해 재정적 자립의 어려움, 늦은 결혼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동안 주택 구입에 소극적이었던 40세 미만의 젊은 세대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재택근무란 새로운 트렌드를 주택 구입의 절호의 기회로 보고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앞으로 계속해서 주택 구입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간 계속 되는 낮은 이자율도 당분간 힘을 보탤 전망이어서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내 집 마련 분위기는 주택 구입 분위기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고질적인 주택 인벤토리 부족 문제도 올 가을을 고비로 좀 더 많은 셀러들이 집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보이면서 이전 보다는 구입 경쟁이 줄어들면서 바이어들에게 좀 더 유리한 시장으로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출처 : 미주한국일보 2021. 9.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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