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에게 악몽 같았던 해, 내년엔 내 집 마련 사정 나아질까
▶ 이자율 소폭 오르고 집값 상승폭은 올해 절반 수준
▶ 불어난 에퀴티 활용 담보 대출 증가 전망
바이어들에게 올해는 최악의 해로 남을 전망이다. 집값 폭등, 매물 가뭄, 웃돈 경쟁 등 내 집 마련에 어느 한 가지 유리한 상황이 없었다. 이처럼 힘들었던 한 해가 어느덧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내년에는 주택 구입 사정이 조금 나아질까? 여전히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바이어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 그렇다고 바이어에게 유리한 시장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섣부르다. 경제 매체 마케워치가 내년 주택 시장을 미리 살펴봤다.
◇ 이자율 3% 시대 저물어, 내년 4%까지 오를 수도
모기지 이자율은 지난해 사상 최저치인 2.66%(30년 고정 전국 평균)를 기록한 뒤 올해 초부터 소폭 오르기 시작했다. 이자율은 그러나 큰 폭의 변동 없이 3% 미만의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며 주택 수요를 꾸준히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최근 이자율이 3% 넘어서는 등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큰 폭으로 오르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자율 3% 미만 시대가 이미 끝났기 때문에 이자율 하락을 기대하지 말고 필요시 주택 구입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2022년을 앞두고 각 경제 기관들은 내년 이자율 전망치를 내놓기 시작했다.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는 이자율이 내년말 현재보다 약 1% 포인트 오른 약 4%까지 오를 것이라며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반면 모기지 보증 기관 패니메이는 내년 이자율 최고치를 약 3.4%로 전망하며 큰 폭의 변동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모기지 보증 기관 프레디 맥과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은 구체적인 이자율 전망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내년 한 해 동안 이자율이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마켓워치는 각 기관의 전망치를 바탕으로 이자율이 내년 1분기 약 3.33%를 기록한 뒤 4분기에 약 3.7%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 주택 가격 3%~7% 상승
최근까지도 주택 가격은 두 자릿수 비율로 폭등하며 주택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주택 가격 상승세가 비정상적으로 비쳐 일부 전문가들은 2007년과 같은 가격 거품론까지 제시하기 시작했다.
NAR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6월 전국 주택 중간 가격은 36만 2,8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1월보다 무려 6만 달러가 치솟은 가격으로 매달 1만 달러씩 오른 셈이다. 가장 최근 집계치인 9월 중간 가격은 약 35만 2,800달러 6월 대비 하락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할 때는 여전히 13.3%나 급등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 주택 가격이 거품이 아니라고 분석하면서 주택 가격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승폭은 올해의 비정상적인 수준에서 정상 수준으로 근접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기관 중 패니메이는 내년 주택 가격 상승률이 약 7.4%를 기록할 것이라며 가장 높은 전망치를 내놓았다. NAR가 제시한 주택 가격 상승률 전망치 약 2.8%이며 MBA는 두 기관의 중간 수준인 약 5.2%로 예측했다.
마켓워치는 주택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진 이유로 매물 증가가 아닌 수요 위축을 지목했다. 여전히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는 들끓고 있지만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너무 올라 비자발적인 주택 구입 포기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비 페더럴 크레딧 유니온의 로버트 프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자율까지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주택 구입 능력을 상실한 첫 주택 구입자가 늘고 있다”라며 “집값과 이자율 상승으로 주택 구입 능력을 갖춘 바이어의 비율이 수년래 처음으로 30% 미만으로 하락했다”라고 지적했다.
프릭 이코노미스트는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경우 수요 위축이 발생하고 결국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라며 “하지만 지금 상황은 대기 수요가 여전히 탄탄해 가격 하락이 발생하면 다시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 에퀴티 활용 담보 대출 늘 것
주택 가격 급등으로 주택 에퀴티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에퀴티는 현재 주택 가치에서 모기지 대출을 차감한 금액으로 필요시 매매 또는 담보 대출 등을 통해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부동산 자산을 의미한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블랙나이트의 집계에 의하면 현재 주택 소유주들이 담보 대출 등의 방법을 통해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에퀴티 규모는 약 9조 1,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다.
최근 이자율이 소폭 올라 담보 대출에 대한 부담이 전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약 6조 달러에 달하는 에퀴티를 보유한 주택 소유주의 크레딧 점수는 760점 이상으로 필요시 여전히 유리한 조건의 이자율을 적용받아 에퀴티를 활용할 수 있다. 에퀴티를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매매 또는 담보 대출이 있다. 집값이 올랐을 때 팔면 높은 처분 수익이 발생하지만 당장 이사 갈 집을 구입하려면 처분 수익을 구입 비용으로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담보 대출을 통해 주택 리모델링 등에 나서는 주택 소유주가 늘어날 전망이다.
◇ 내년에도 내 집 마련 사정 녹록지 않을 것
올해 주택 매물 사정이 지난해보다 나아졌지만 미미한 수준으로 주택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요에 비해 매물 공급이 훨씬 부족한 상황으로 셀러가 ‘갑’의 위치를 차지하는 셀러스 마켓이 된 원인이다. NAR이 발표한 9월 매물 시장 대기 기간은 2.4개월로 역대 최단기간을 기록했다. 보통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뤘을 때의 대기 기간을 6개월로 보는데 최근 매물 공급이 얼마나 부족한 지를 잘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매물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주택 구입 여건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 공동 주택 연구센터가 전국 100대 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도시 중간 소득의 50%~80%를 버는 가구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도시는 2020년 39개 도시에서 올해 20개 도시로 급감했다.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올라 웬만한 소득으로는 내 집 마련이 힘든 지역이 늘고 있다는 조사다. 리맥스 부동산의 앤서니 카 브로커는 “그나마 이자율이 낮아 바이어들의 구입 활동이 근근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주택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이자율마저 오르면서 낮은 가격대 바이어들이 주택 시장에서 밀려나는 현상이 시작됐다”라고 우려했다.
<출처: 미주한국일보 2021. 12.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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