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부족·수요 증가’로 전국 곳곳서 집값 급등
▶ 인랜드 엠파이어 주택 가격 10년간 200%↑
▶ LA 지역 ‘웃돈 경쟁’ 전국에서 가장 치열, 지역마다 100만 달러 넘는 집도 수두룩
주택 시장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바이어들의 본격적인 내 집 마련 전쟁은 주택 시장 성수기를 앞두고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주택 시장 호황에 주택 가격은 올해도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내놓은 가격보다 10만 달러나 더 받고 팔리는 집이 수두룩하고 집 10채 중 1채는 100만 달러를 넘을 정도로 주택 가격 상승세는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 ‘인랜드 엠파이어’ 집값 10년간 200% 급등
내 집 마련이 자산 축적의 지름길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의하면 10년 전 집을 구입한 경우 현재 주택 자산이 두둑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는 ‘주택 자산 증가’ 보고서를 통해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중간 가구 소득 주택 보유자들의 주택 가치가 무려 2조 1,000억 달러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전 전국 주택 중간 가격인 16만 2,600달러에 주택을 구입한 경우 현재 가치가 22만 9,400달러로 뛰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4분기부터 2021년 4분기 사이 주택 가격은 전국적으로 연평균 약 8.3%씩 상승 약 86%나 올랐다. 이 기간 중 주택 가격이 무려 200% 이상 폭등한 지역도 많았다.
피닉스와 인근 지역의 주택 가격은 지난 10년간 약 275.3%나 오르며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남가주 인랜드 엠파이어(리버사이드, 샌버나디노, 온태리오) 지역도 같은 기간 주택 가격이 207.6%나 급등했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보유가 장기적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수단이라는 것이 증명된 조사 결과”라며 “주택 구입 후 첫 모기지 페이먼트를 납부하는 순간부터 주택 자산이 축적되기 시작한다”라고 주택 구입에 따른 혜택을 강조했다.
◇ 모기지 연체율 20년래 최저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 종료로 모기지 연체율이 급등할 것으로 우려됐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와 달리 모기지 연체율은 오히려 지난 20년 사이 가장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말 모기지 연체율은 3.4%로 관련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전국 대부분의 주에서도 작년 대비 모기지 연체율이 하락한 것으로도 집계됐다. 모기지 연체율 집계에는 현재 연체 중인 모기지와 장기 연체로 압류 절차가 시작된 주택을 포함한다.
모기지 연체율이 당초 우려와 달리 안정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강한 경제 회복세에 의한 영향이 가장 크다. 최근 실업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모기지 페이먼트를 포함, 주택 보유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다소나마 덜어주고 있다. 지속적인 주택 가격 상승으로 주택 자산 가치가 불어나 주택 담보 대출과 같은 현금 마련 기회가 많아졌다는 점도 모기지 연체율 하락 요인으로 분석된다.
팬데믹 기간 중 소득이 감소한 가구가 일시적으로 급증했지만 대출 은행들이 상환 능력을 갖춘 대출자만 선별해 모기지를 발급해 모기지 연체율 상승을 막은 것도 도움이 됐다. 프랭크 노태프트 코어로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30일, 60일 연체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라며 “90일 이상 장기 연체율은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0년과 비교할 때 안정적인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웃돈’ 10만 달러 넘는 매매 수두룩
돈을 지불하지 않고 주택을 구입하기 힘든 세상이다. 그만큼 주택 구입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리스팅 가격보다 1만~2만 달러를 더 부르는 것은 예사이고 무려 10만 달러나 더 써내는 바이어도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다.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오퍼 가격을 10만 달러 이상 높게 써내는 현상은 올해 이미 작년의 2배 수준을 넘어섰고 LA를 비롯한 가주에서 가장 흔한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1월 1일부터 2월 15일까지 리스팅 가격보다 10만 달러 이상 높은 가격에 매매된 주택은 전국적으로 5,897채로 작년 같은 기간의 2,241채 2.5배 수준을 넘어섰다. 이 기간 중 LA에서 리스팅 가격 대비 10만 달러 높은 가격에 팔린 주택은 모두 718채로 전국에서 웃돈 경쟁이 가장 심했다. LA 외에도 오클랜드(580채), 샌호제(490채), 애너하임(365채), 샌프란시스코(335채), 샌디에고(323채) 등의 가주 도시에도 10만 달러 이상 더 받고 팔린 집들이 많았다.
테일러 마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량이 제한된 매물에 여러 명이 바이어가 몰리면서 연초부터 역대 최악의 주택 구입 대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모기지 이자율 일시 하락으로 수요가 갑자기 불어나면서 주택 구입 과열 양상이 수개월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10채 중 1채는 100만 달러 넘는 고가 주택
흔히 재산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백만장자’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 집 한 채만 보유하고 보유해도 쉽게 백만장자 대열 오를 수 있게 됐다. 팬데믹 이후 나타난 주택 가격 폭등 현상에 100만 달러를 넘는 주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드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00만 달러 이상의 주택은 전체 주택의 8.2%에 해당하는 약 600만 채로 2년 전(350만 채)보다 약 2배나 급증했다.
100만 달러가 넘는 주택이 많은 도시는 주로 가주에 많이 몰려 있었다. 샌프란 시스코, 샌호제 등의 도시는 전국에서 100만 달러 이상 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로 꼽혔다. 남가주 애너하임의 경우 전체 주택 중 약 55%가 100만 달러를 뛰어넘었고 2년 새 100만 달러 이상 주택이 2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작년 이사 1948년 이후 가장 적어
코로나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중 하나가 미국인들의 이주 트렌드다. 미국인들은 그동안 직장, 학교, 은퇴 등의 이유로 새 집 구입과 이주를 쉽게 결정했지만 팬데믹 영향권에 있었던 지난해 이 같은 트렌드에 변화가 발생했다.
연방 센서스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소지가 변경된 미국인은 1948년 이후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소지가 바뀐 미국인은 전체 인구의 약 8%에 해당하는 약 2,710만 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과 2019년과 비교해 각각 약 9%와 약 13%씩 감소한 수치로 도심, 교외, 시골 등 지역 구분 없이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사 대신 한 집에 장기간 거주하는 ‘스테이 풋’을 결정한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영향이 가장 크다. 또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택 구입 여건이 악화되자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해 계속 거주하려는 주택 보유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일부 이사를 한 경우도 장거리 이사보다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이 있는 지역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이사한 가구 중 약 32%는 가족이 친척 거주지 인근 지역에 새 집을 마련했다.
<출처:미주한국일보 2022.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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