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 웨스턴 길은 K-팝의 ‘메카’
윌턴극장 아이돌 공연 올해 6건
한국 음원 판매업소들 인기 높아
팬들 모이는 카페·음식점도 성황
1일 K팝 그룹 ‘루나’의 공연이 열리는 LA한인타운 월턴극장 앞에서 팬들이 멤버들의 이름이 적힌 응원 도구를 들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수천 명 팬들의 줄은 극장을 둘러서 윌셔 불러바드, 웨스턴 애비뉴, 옥스퍼드 애비뉴까지 이어졌다. 김상진 기자LA 한인타운 웨스턴 길이 K-팝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윌턴극장을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5가, 남쪽으로는 올림픽까지 0.9마일 구간에 K-팝 음원과 굿즈를 판매하는 스토어들과 팬심을 겨냥한 K-팝 테마의 식음료 업소들까지 생겨나면서 팬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코로나19 휴식기를 끝낸 아이돌들의 공연이 속속 재개되고 있는 윌턴극장에는 올해 개최됐거나 예정된 K-팝 공연만 6건 이상이다.
이달 1~2일 걸그룹 ‘이달의 소녀(LOONA.루나)’와 오는 26일 혼성 아이돌 그룹 ‘카드(KARD)’, 가수 선미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당장 루나 공연이 진행된 1일 윌턴극장 주변은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공연 시작은 오후 6시지만 이미 정오부터 공연장을 중심으로 0.2마일 길이의 한 블록 전체를 둘러싼 긴 대기 줄이 이어졌다.
뜨거운 뙤약볕 속 그늘을 만들기 위해 ‘우산 부대’가 줄을 지었고, 팬들은 얼음물과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6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줄 맨 앞에 선 브리아나 에스피노사(20)는 애리조나주에서 온 루나 팬으로 “어젯밤 12시부터 줄을 섰다”며 “스탠딩석이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기 위해 일찍 와야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DC에서 왔다는 아마니 마틴(23)은 “2018년부터 K-팝 팬이 됐다”며 “LA한인타운에 K-팝 스토어와 즐길거리가 많아서 자주 왔다”고 전했다.
K-팝 덕분에 호황을 누리는 건 주변 상인들이다. 그렇다 보니 아예 팬덤을 공략해 영업하는 업소들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4월 마당몰에 오픈한 ‘흑화당’은 아이돌 팬들의 각종 모임 장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업주 이희원씨는 “이달에는 팬모임 3건이 예약돼있다”며 “SNS를 타고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10~20대 K-팝 팬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쪽으로 0.1마일 떨어진 ‘드래곤보바’에는 입구부터 BTS 등신대가 설치돼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K-팝 팬 등 8900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드래곤보바는 먹거리도 한국에서 인기 있는 모찌넛, 뚱카롱, 길거리 음식 등을 판매하고, BTS 등 K-팝 가수들의 생일 이벤트와 컵 슬리브 증정 행사도 진행한다.
K-팝 CD나 굿즈 등을 파는 업소도 마당몰과 코리아타운플라자, 갤러리아몰 내 업소들과 5가/웨스턴 인근의 팝업 스토어 등 웨스턴 길에만 5곳 이상이 있다. 가판대나 소규모로 K-팝 굿즈를 판매하는 타업종까지 포함하면 10여곳이 넘을 거라는 게 관계자들은 전언이다.
지난 3월에 문을 연 팝업 스토어 ‘K팝네이션’ 업주 박찬승씨는 “하루 평균 약 50명의 손님이 찾고 LA에 공연이 있으면 300명 정도 방문한다”며 “한 달에 1만개 이상의 굿즈가 판매되는데 평균 매출은 15만 달러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LA 한인타운을 포함해 전국에 5곳을 운영 중인데 문 여는 곳마다 대박을 치고 있다”며 “지난 1~2년 새 K-팝이 꽃을 피우고 있는데 갈수록 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BTS 굿즈와 학용품 등을 코리아타운 플라자 내 ‘팬시하우스’ 업주 키 송씨는 “지난해 말 BTS 공연이 있었던 당시 하루에 카드 손님만 430건이 넘게 왔다. 평소 4~5배 수준”이라며 “10년 전에는 케이콘 등 한국 아이돌 그룹이 오는 큰 행사가 있을 때만 붐볐다면 BTS가 뜨고 난 이후로는 평소 방문객들 자체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한편 웨스턴 길에서 조금 떨어진 6가와 옥스퍼드 애비뉴에는 ‘SM 엔터테인먼트 스퀘어’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20년 명명된 이 스퀘어는 미국 도시의 거리 이름에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들어간 첫 사례로, K-팝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장수아 기자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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