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에 고금리 부담까지… 집 사기 점점 더 힘들어져
▶ 6월 주택구입능력지수 33년만에 가장 낮아
▶ “내년 가격상승률 둔화… 소폭 그칠것” 예상
“그때 소위 지르지 않았다면 내 집은 지금 없었을 것”이라고 지난 6월에 주택을 구입한 한인 최모씨는 말했다. 최씨는 지난 3월 모기지 금리와 함께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2번에 걸쳐 구매 오퍼를 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6월에 지금의 내 집이 된 주택을 발견하곤 오로지 “사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결국 80만 달러가 넘는 주택을 5.75% 이자율의 모기지로 구입을 했다. 최씨는 “애초 계획보다 높은 집값에 모기지 상환금을 더 부담하게 됐다”며 “더 기다려 주택 시장이 유리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뭐라해도 내 집을 갖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소박한 꿈에서 이제 특별한 꿈으로 변해가고 있다.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일이 30여년 만에 가장 힘들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인상폭은 줄었다고 하지만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주택 가격과 모기지 금리의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월스트릿저널(WSJ)는 지난 12일 발표된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자료를 인용해 6월의 주택구입능력지수가 98.5로, 지난 1985년 6월 98.3 이후 3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에서 판매된 주택의 판매 중간 가격에 가구당 중간 소득, 여기에 모기지 평균 금리를 더해 산출한 것이 주택구입능력지수라는 점에서 33년 만에 최저치는 그만큼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인들이 집을 사기 어려워진 것은 집값이 사상 최고가로 치솟은 데다 모기지 금리까지 올랐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NAR에 따르면 미국 내 기존 주택 가격은 지난 3년 동안 꾸준하게 올라 46%나 급등했다. 팬데믹 시기에 재택근무가 급증하면서 안락한 주거환경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 주택 시장의 호황세를 이끌었다. 모기지 금리마저 ‘제로 금리’에 가깝게 떨어지면서 주택 시장의 호황세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폭발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미국의 주택 가격은 최근 들어서도 주택 매물 부족 현상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전국 단독주택의 판매 중간 가격은 42만2,300달러를 기록했다.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를 기준으로 연초 3%대 초반이었던 모기지 금리는 지난주 5.22%로 2%포인트 가깝게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방준비제도가 두 번의 ‘자이언트 스텝’을 취한 여파다. 20%의 다운페이먼트로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를 받을 경우 월 평균 상환금은 6월 현재 1,944달러로, 지난 1월의 1,297달러, 지난해 같은 달의 1,265달러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주택 가격과 모기지 금리라는 이중 부담에 주택 구매 수요자들이 주택 시장에서 빠져 나가면서 주택 가격의 상승폭이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생애 첫 주택 마련에 나서려는 주택 구매 수요자들에게는 높은 집값과 금리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지기 국책 업체인 패니 매가 지난 7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집을 사기에 적기’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17%로 전년의 28%에서 크게 떨어졌다.
내년에는 미국의 주택 가격 오름폭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매물 부족 문제가 지속되면서 주택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아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출처: 미주한국일보 2022.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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