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문제 떠오른 ‘그린워싱’ 뭐길래…한국 공정위도 대응

By Karen Lee, in Uncategorized on .

'나는 종이병이야'라고 적힌 병의 껍찔을 벗기면 플라스틱병이 나온다. [사진 Plastic Change 페이스북]

‘나는 종이병이야’라고 적힌 병의 껍찔을 벗기면 플라스틱병이 나온다. [사진 Plastic Change 페이스북]‘안녕, 나는 종이병이야.’(Hello, I am paper bottle) 라벨에 이렇게 적힌 화장품을 판매하던 이니스프리는 실제론 제품이 플라스틱병에 담겨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초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받았지만, 거짓이 드러나면서 역풍도 컸다. SNS 등에선 불매운동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스타벅스는 다회용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리유저블 컵 데이’를 진행했는데 일부 소비자와 환경단체로부터 “새로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환경을 위한다는 취지로 홍보하지만, 플라스틱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9월 28일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가 진행된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에서 고객들이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8일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가 진행된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에서 고객들이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전 세계 화두 된 그린워싱위의 사례들이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으로 꼽힌다. 실제론 환경을 위하지 않으면서도 홍보를 위해 친환경을 위장하는 마케팅 수법이다. 지난해 KB금융그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카드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1.6%가 제품 구매 시 기업의 친환경 활동 여부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친환경에 지갑을 열겠다는 소비자가 늘면 그린워싱으로 인한 피해자도 늘어난다. 전 세계 경쟁당국은 그린워싱 제재에 뛰어드는 배경이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도 그린워싱에 대한 가이드라인 수립과 제재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최근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선 그린워싱 관련 가이드라인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COP27 보고서에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정부나 기업의 활동이 실제 친환경적인 것인지, 그린워싱인지를 가르는 기준이 제시됐다. 이에 따르면 탄소 배출 관련 단기·중기·장기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의 진척도를 알 수 있도록 매년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을 통해 그린워싱 규정을 내놨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롯한 기타 환경문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다.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관련 불만이 가까운 시일 내에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OECD가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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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9일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지역 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9일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지역 발전소 모습. 연합뉴스최근 환경단체 6곳이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영국 드랙스그룹을 그린워싱 혐의로 OECD에 제소하면서 OECD 영국 연락사무소는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OECD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그린워싱 제재는 진행형이다. 이탈리아에선 그린워싱 관련 재판이 이뤄졌다. 이탈리아 법원은 ‘탄소배출을 줄인 극세사’라고 광고한 섬유회사에 “해당 표현 사용을 중지하고 판결 내용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 심사지침 개정 나선다COP27이나 OECD가 밝힌 가이드라인은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공정위가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만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을 준비 중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심사지침 개정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지침은 공정위 예규로, 부당한 표시·광고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지금까진 심사지침에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규정이 모호했다.

특히 친환경 광고나 캠페인 대부분이 당장 달성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의 표시·광고 위반과 다른 기준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지난 3월 공정위는 환경단체가 신고한 “친환경 LNG 시대를 연다“는 SK E&S의 광고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향후 계획에 관한 것인 만큼 현시점에서 거짓이나 과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정 제품이 아닌 기업의 이미지를 위한 광고나 향후 계획을 명확히 한다면 괜찮겠지만, 근거 없는 친환경 제품 홍보는 문제”라며 “미래 계획이 허위인지 아닌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진호(jeong.jinho@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https://news.koreadaily.com/2022/12/12/economy/economygeneral/202212120023176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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