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 차압 현황
얼마 전 ATTOM Data Solutions에서 2022년도 주택 차압 관련 통계 자료를 발표했다. 미국의 3,000개 이상의 카운티를 대상으로 미국 전체 주택 수의 99% 이상을 커버하는 방대한 통계 자료다.
이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22년 12월 말 기준 미국 전역에서 차압이 진행 중이거나(Notice of Default), 경매 예정(Notice of Trustee’s Sale), 은행에 이미 차압이(Bank Repossession) 완료된 주택의 수는 약 32만채로 2021년에 비해 1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수치는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 약 49만채에 비해 34%나 낮은 것으로, 아직도 차압 주택의 전체 숫자면에서는 평소 주택시장의 평균치를 밑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던 대량 차압 사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더욱이 차압이 최고점을 이루었던 2010년 290만채에 비하면 작년 한 해는 고작11%에 그치고 있다. 앞서 언급한 2022년 12말 기준으로 차압 진행 중이거나 차압이 완료된 주택 320,000채는 미국 전체 주택 중 0.23%에 불과해 현 주택시장이 얼마나 건실한가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ATTOM이 발표한 내용을 부분별로 좀 더 살펴보자. 먼저, 은행에 완전히 차압된 소위 REO(Real Estate Owned)라고 하는 은행 차압 주택 수는 2022년에 약 4만3,000 채로 이 수치는 팬데믹이 일어나기 바로 전 해인 2019년 약 14만4,000채에 비해 30%에 불과한 낮은 수치이다. 작년 차압 주택이 많이 발생한 대표적인 지역들로는 일리노이(약5천500채), 미시건, 펜실베니아, 캘리포니아(약 2천220채)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차압이 시작되어 경매를 통해 주택이 완전히 은행으로 넘어가기까지 소요되는 평균 날짜는 852일이어서 차압까지 약 2.3년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나 실제 차압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차압 절차가 오래 걸리고 차압의 숫자도 전통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을까?
첫째, 차압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바로 팬데믹 기간 중 정부에서 페이먼트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홈오너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때 주택시장 붕괴 사태에 미리 대처 못해 미국 역사상 유례 없는 대량 차압이라는 사태를 불러온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이 번 팬데믹에는 선도적으로 예방 주사를 놓았기 때문이다. 또 팬데믹 기간 중에는 차압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다 보니 차압 절차가 전혀 진행될 수 없었던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둘째, 차압 주택의 숫자가 적은 이유는 다름아니라 팬데믹 기간 중 주택 가격이 급상승하여 주택 오너들의 에퀴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집값이 은행 융자액수에도 못 미치는 소위 깡통주택 사태로 집을 마구 포기하던 서브프라임 사태 때와는 달리 가격이 많이 올라 집을 팔아서 현금화할 수 있는 에퀴티를 소유한 소위 페이퍼부자가(Rich on Paper) 많이 생겼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직장을 잃거나 인컴이 줄어도 최악의 경우, 집을 팔면 해결이 되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감이 더해져 차압 주택 숫자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셋째, 주택 가격 하락 속도가 예상과 달리 느린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주택 오너들로 하여금 차압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미루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하락이 멈추면 추후에는 다시 가격 상승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힘들어도 쉽게 집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럼에도 앞으로 경기침체 가능성, 인플레이션 등의 경제 이슈가 빨리 해결되지 않는 한 올 한 해 차압 주택 숫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올 연말에는 팬데믹 이전의 평균 차압치인 50~60만채 수준에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미주한국일보 2023.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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