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단독주택의 ‘화려한 종말’
캘리포니아 단독주택의 ‘화려한 종말’

카이 한 뉴스타부동산 LA 명예부사장
미국식 중산층의 삶을 상징하는 시각적 풍경이 있습니다. 푸른 잔디밭이 펼쳐진 마당, 그 뒤로 호젓하게 자리 잡은 이층 짜리 단독주택. 오랜 세월 동안 캘리포니아의 교외 지역을 지배해 온 이 평화로운 풍경이 지금 거대한 법적, 구조적 지각변동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주택 부족과 살인적인 주거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정부가 꺼내 든 강력한 카드, 바로 SB 9 (Senate Bill 9ㆍ일명 HOME Act) 때문입니다. 이 법안은 단순히 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 지난 한 세기 동안 굳어지기만 했던 ‘단독주택 지역’이라는 부동산의 성역을 정면으로 허물어트리고 있습니다.
▲성역의 해체: 단독주택지 위에 들어서는 다가구 시대- SB 9의 핵심 메커니즘은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파격적입니다. 기존에는 오직 한 가구만 살 수 있었던 단독주택 필지를 활용해 최대 4가구 까지 거주할 수 있는 법적 길을 열어준 것입니다.
법안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움직입니다. 첫째는 주택 추가 건설입니다. 기존 주택이 있는 땅에 독립된 주택 한 채를 더 짓거나, 아예 기존 건물을 허물고 두 채의 분리된 주택(또는 듀플렉스)을 신축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토지 분할(Urban Lot Split)입니다. 하나의 커다란 필지를 각각 최소 1,200스퀘어피트 이상의 크기를 가진 두 개의 독립된 필지로 쪼갤 수 있게 허용합니다.
이 두 가지 규제 완화가 동시에 결합할 때 폭발적인 시너지가 발생합니다. 한 자산가가 소유한 넓은 단독주택 마당을 반으로 쪼갠 뒤, 각각의 필지에 주택을 두 채씩 총 네 채를 짓는 시나리오가 합법화된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도심 및 교외 지역에서 토지의 부가가치를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혁신적인 치트키와 같습니다.
▲무심사 승인(Ministerial Approval)이 가져온 속도의 혁명- 과거에도 단독주택 지역에 다가구 주택을 지으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던 이유는 님비(NIMBY) 현상에 기반한 이웃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시 정부의 까다롭고 지루한 공청회 및 특별 허가 절차 때문이었습니다.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 수년 동안 시청을 들락날락하다가 지쳐 포기하는 개발업자와 지주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SB 9은 이 고질적인 장벽을 ‘행정적 승인’이라는 제도로 단칼에 잘라냈습니다. 주정부가 명시한 환경, 안전 등의 기본 요건만 충족한다면, 지방 정부는 공청회나 주관적 심사 없이 오직 ‘서류 검토’만으로 조건 없이 건축을 승인해야 합니다. 시 조례보다 주법이 상위에 있음을 명확히 하여, 지방 자치단체가 임의로 개발을 지연시키거나 거부할 수 없도록 대못을 박은 것입니다. 부동산 개발에서 ‘시간이 곧 돈’임을 감안할 때, 이러한 절차적 속도의 혁명은 투자자와 소유주들에게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ADU(별채)를 넘어선 진짜 자산 가치의 창출- 많은 이들이 기존의 ADU(허가된 별채/정원 하우스)법과 SB 9을 혼동하곤 합니다. 마당에 집을 더 짓는다는 외형은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자산 가치의 관점에서 두 법안은 완전히 다른 체급에 속합니다.
기존 ADU법은 원래 주택의 ‘부속 건물’을 짓는 개념입니다. 주택 수가 늘어나 렌트 수익을 올릴 수는 있지만, 새로 지은 ADU를 원래 집과 분리하여 타인에게 개별적으로 매매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하나의 묶인 자산일 뿐이었습니다.
반면 SB 9은 토지 자체를 법적으로 분할(Lot Split)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쪼개진 필지와 그 위에 새로 들어선 주택은 각각 독립된 등기부등본을 가진 개별 자산이 됩니다. 즉, 언제든지 따로 쪼개어 팔 수 있는 독립된 상품(Commodity)이 된다는 뜻입니다. 자산의 유동성과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투기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와 지주들의 과제- 물론 주정부가 무분별한 난개발과 대형 자본의 골목상권 싹쓸이를 방관한 것은 아닙니다. 거대 투기 자본이 동네를 통째로 사들여 원주민들을 내쫓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촘촘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가장 강력한 제동 장치는 ‘3년 실거주 의무(Owner-Occupancy)’입니다. SB 9을 통해 토지 분할을 신청하는 소유주는 분할된 주택 중 한 곳에서 최소 3년간 직접 거주해야 합니다.
문의 (213)618-8671
이메일 kyehan@newstarrealty.com
<카이 한 뉴스타부동산 LA 명예부사장>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