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해변가 아파트 55채 와르르···안방 드러낸 현장 참혹
아파트 136채 중 55채 붕괴…전날 안전점검 통과
피폭된 듯 ‘절단’…세간살이 노출 현장 참혹
1981년 습지 위 건설 “90년대부터 가라앉아”
99명 연락 두절…파라과이 영부인 가족 거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 근처 고급 아파트 일부가 한밤중에 무너져 100명 가까운 주민이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오전 1시께 마이애미 해변가 아파트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의 북동쪽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전체 아파트 수는 136채인데, 무너진 북동쪽 건물에는 아파트 55채가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근처 호텔에서 머물던 휴양객 알렉시스 왓슨(21)은 “달려 나왔더니 잔해가 자욱했고, 건물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면서 “도와달라고 외치는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잔해에 갇힌 주민들이 스마트폰 플래쉬를 비추며 구조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한 소년은 잔햇더미 속에서 손을 내밀어 구조를 요청했다.
구조대는 잔해 속에서 주민 일부를 구했고, 아직 무너지지 않은 건물 발코니에 있는 주민들은 사다리차를 이용해 구조했다.
무너진 건물은 절단면이 그대로 드러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이층 침대가 건물 끝에 걸려 있는 장면도 있었다.
사고가 일어난 행정구역인 서프사이드시 찰스 벌켓 시장은 NBC뉴스 인터뷰에서 “마치 폭탄이 터진 듯했다”고 묘사했다.
서프사이드시가 속한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주 아래 행정 단위)의 다니엘라 레빈 카바 시장은 주민 102명 생존이 확인됐고, 99명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연락 두절 주민들이 모두 사고 당시 건물 안에 있었다거나 행방불명됐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샐리 헤이먼 국장은 부연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주민 중에는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 부인인 실바나 로페즈 모레이라의 가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과이 대외관계부는 영부인의 자매와 그의 남편 및 세 자녀가 이 아파트 10층에 살고 있었다면서 이들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CNN에 밝혔다.
이 아파트에는 베네수엘라, 파라과이, 정통 유대인 등 다양한 배경의 주민이 거주한다. 뉴욕 등지에서 겨울에 추위를 피해 내려와 별장으로 사용하는 주민도 있다.
파라과이 정부는 트위터를 통해 자국인 6명이 실종 상태라고 알렸다. 미국 주재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영사관도 자국민 각 9명, 4명이 실종된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한국인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마이애미 헤럴드에 따르면 아파트는 1981년 개간된 습지 위에 지어졌다.
부동산 사이트에 따르면 침실 3개인 162㎡ 크기 아파트가 최근 71만 달러(약 8억원)에 거래됐고, 침실 4개짜리 418㎡ 규모 펜트하우스는 288만 달러(약 32억6000만원)에 팔렸다.
USA투데이는 아파트 건물이 1990년대부터 가라앉기 시작했다는 연구 결과를 플로리다국제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이 아파트는 붕괴 하루 전 안전 점검을 통과했다고 WP는 전했다. 무너진 아파트 4층에 친척이 살고 있었다는 루즈 마리나 페나는 “건물 관리가 부실하다는 등의 불만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아파트 남쪽의 건설 공사 현장이 원인을 제공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대형 중장비를 동원해 땅을 파는 등 건설 공사가 오랜 기간 이어졌다는 것이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구조를 진행하는 동시에 붕괴 원인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시 당국은 붕괴 아파트 옆 호텔 객실 50개에 머물던 투숙객을 모두 대피시켰다.
백악관은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주가 요청하면 연방 정부는 즉각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구조대원들이 건물 잔해 속 일부 주민과 연락이 닿았다면서 “추가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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