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과열에 모기지 돈줄부터 죄나… 연준 `차등 테이퍼링’ 고심
▶ `국채보다 MBS매입 감축 더 일찍, 더 많이’ 2단계 방안 논의
▶ 캐플런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 내부서도 MBS 규모에 우려 커…400억달러 매입 규모 축소 제안, “모기지 앞세워 테이퍼링” 전망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택 시장 과열을 이유로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매입부터 줄이는 2단계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준이 모기지 시장의 돈줄 죄기부터 시작해 테이퍼링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5~16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국채보다 MBS 매입을 더 일찍 혹은 더 빨리 줄이는 2단계 테이퍼링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연준은 매달 8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400억 달러 상당의 MBS를 사들이고 있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연준의 MBS 매입이 주택 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연준이 지난해 3월 5일 이후 현재까지 사들인 MBS는 9,820억 달러 규모다. 연준의 내년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 가능성에도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계속 연 1.5%를 밑돌자 최근 월가에서는 “집값 폭등에 연준이 테이퍼링 시 MBS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는데, 이런 관측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연준 내부에서도 주택 가격 상승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달 기존 주택 매매 건수는 580만 건, 중위가격은 35만 300달러로 전년 대비 23.6%나 폭등했다. 그동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의 통화정책이 주택 가격 상승에 일부 영향을 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가격 상승은 기본적으로 수요·공급의 문제라며 선을 그어왔다. 4월 FOMC 후 기자회견에서는 “MBS 매입은 주택 시장에 직접적인 지원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완화적 통화정책이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은 많다. 연준이 내부적으로 MBS 매입 축소에 비중을 두는 방안을 논의한 것도 정책 의도와는 별개로 시장 현상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가 “(MBS 매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MBS와 국채 매입 속도 조절에 차등을 두는 2단계 테이퍼링이 현실화하는 데는 걸림돌도 적지 않다.
연준은 MBS와 국채 매입이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는데 집값 안정을 위해 MBS 매입을 먼저 축소하면 스스로 정책 목적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
현실적 문제도 있다. 현재 매달 800억 달러의 국채와 400억 달러의 MBS를 사고 있는 상황에서 MBS를 더 많이 줄이는 근거와 앞으로의 방향을 시장에 효율적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런 이유로 2013년에도 차등 감축을 반대했다.
MBS 매입 축소가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 등은 MBS 매입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30년 만기 고정 금리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는 코로나19 이전 연 3.5%에서 현재 3.02% 수준으로 크게 내려오지 않았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은 총재는 주택 가격 상승을 예로 들며 “의도치 않은 결과와 부작용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있다. 내 관점을 회의에서 공유했다”고 WSJ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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