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여니 불길이…” 서울 면적 10배 태운 美산불 대재앙
건조한 날씨에 산불끼리 세 합치기도
거대 산불, 그린란드에도 영향 끼쳐“기후변화는 여기에 있고, 현실이며, 망치가 내 머리를 때리는 것 같다. 이젠 행동을 취해야 한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케이트 브라운 미 오리건주(州) 주지사가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이달 초 시작된 북미 서부 지역의 산불이 여전히 진압되지 않은 채 뜨겁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현장에선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가장 큰 산불인 ‘부트레그’가 발생한 오리건주는 지난 6일 이후 2200명 이상의 소방관을 동원했지만, 여전히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 화재 진압률은 46%로 화마는 1654㎢(40만8930에이커)를 태운 후에야 간신히 확산 속도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수천 채의 가옥이 위협받는 중이다.
건조한 날씨로 언제 다시 산불이 확산할지도 알 수 없다. 화재 분석가인 짐 핸튼은 “심각하게 건조한 날씨와 연료 문제 등으로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브라운 주지사는 “알다시피 열돔 현상으로 오리건주민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며 “가혹한 현실은 우리가 이런 산불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대형 산불 ‘딕시’가 발생한 캘리포니아주의 사정도 비슷하다. 현재 ‘딕시’의 진화율은 ‘부트레그’보다 낮은 21% 수준으로 1만700여 채의 건물이 위협받고 있다. 릭 카하트 캘리포니아주 소방 당국 대변인은 “불길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가파른 협곡에서도 타오르고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불길이 오래 지속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현재 딕시는 지역의 다른 크고 작은 산불과 합쳐지며 더 세를 불리고 있다. 이에 캘리포니아주는 뷰트와 플루머스, 라센, 알파인 등 4개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미 서부 지역의 대형 산불은 12개 주에 걸쳐 86개로 그 수가 불었다. 피해 규모도 서울 면적(605㎢)의 10배가량인 6063㎢가 불에 타는 등 빠르게 커지고 있다.
북미 서부지역에서의 기록적 폭염과 동시에 발생한 대형 산불들은 캐나다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25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1일 산불로 통째로 잿더미로 변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튼 마을의 현재 모습을 전했다. 마을 주민이었던 빈스 애벗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현관문을 열었더니 타오르는 불이 보였다”며 “30분 만에 그 불은 우리 집을 태웠고 나는 3명의 손자와 개를 허둥지둥 데리고 갈 시간밖에 없었다. 우리는 대피한 것이 아니라 탈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6일 극지연구소 강정호 박사 연구팀은 “북미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레보글루코산(levoglucosan) 등을 수천㎞ 떨어진 북극 그린란드에서 찾았다”고 발표했다.
레보글루코산은 산림이 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연소할 때 생성되는 화학물질로 눈이나 얼음 위에 쌓이면 표면의 반사도를 낮춰 극지방의 얼음이 녹는 것을 가속할 수 있다는 게 극지연구원의 설명이다.
또 연구팀은 북미 산불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동쪽으로 이동하며 그린란드에 도달하는 과정도 인공위성을 통해 포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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