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융자에 있어서 APR이란

주택융자를 받기 위하여 여러 렌더들의 이자율과 비용을 비교할 때 흔히 APR(Annual Percentage Rate)을 파악하여 비교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말은 개념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현실에선 반드시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렌더마다 APR를 계산하는 방법이 약간씩 다를 수 있고 융자상품에 따라 APR을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융자상담을 하다 보면 전화문의를 하자마다 대뜸 APR이 얼마인지를 묻는 손님들이 있는데 이 분들은 사실 APR의 개념을 잘 모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왜냐하면 APR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포인트(discount points)인데 이는 렌더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융자를 신청한 후 렌더에서 보내온 패키지에 나온 APR이 애초에 약속한 이자율보다 훨씬 높아 융자담당자를 불신하거나 화를 내는 손님들도 있는 것 같아 APR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APR이란 간단히 말해서 융자비용을 감안한 이자율이라고 보면 된다. 아주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1만달러를 연 10%의 이자로 1년동안 빌린다고 할 경우 이 사람은 연 1,000달러를 이자로 지불해야한다. 그런데 빌려주는 자가 계약서 만드는 비용, 공증비 등 제반비용으로 500달러가 들었다고 하면서 9,500달러만 실제로 건네주었다고 치자. 이 경우 결국 돈 빌리는 사람은 9,500달러에 대하여 연 1,000달러의 이자를 내는 셈이 되며 이에 대한 이자율은 10.526%(1,000/9,500)이 된다. 이를 APR이라고 하며 10%는 실제 이자율(note rate)이 된다. 융자를 원하는 손님이 렌더들로부터 제시받는 이자율과 복잡한 비용들을 일일이 비교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여 APR로 간단히 표현함으로써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애초의 목적이었다.

각 렌더들은 이자율을 제시할 때 Federal Truth in Lending Act (TILA)에 의하여 반드시 APR도 함께 명기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APR은 각 렌더가 제시하는 이자율과 비용을 비교하는 좋은 척도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왜냐하면 작은 부분이지만 렌더마다 APR 계산 항목이 다를 수 있고, 융자상품(변동 혹은 고정), 예정 융자 보유기간 등에 따라 APR의 유용성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APR이 낮다고 무조건 좋은 것일까? 동일한 상품, 조건, 포인트 일 경우 실제이자율이 낮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좋은 것이다. 그러나 APR이 낮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A은행은 4.25%이자율, 4.78%APR, 0포인트, 4,000달러의 제반경비를 제시하였고, B은행은 4%이자율, 4.61%APR, 1포인트(4,000달러), 4,500달러의 제반경비를 제시한 경우 B은행이 항상 누구에게나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손님이 6~7년 이상 이 융자를 보유하고 있을 예정이라면 B의 경우가 분명 유리하지만 4~5년 이전에 집을 처분하거나 융자를 갚을 예정이라면 A의 경우가 더 유리하다.

왜냐하면 B의 경우는 비용(포인트)을 들여 낯춰 놓은 이자율의 혜택을 다 보기도 전에 융자금을 상환해 버리기 때문이다. APR은 융자에 들어간 비용을 융자 전체기간에 걸쳐 나눠서 갚는 것을 전제로 계산되기 때문에 만기 이전에 융자금을 상환할 경우엔 APR을 기준으로 두 은행의 융자조건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렇게 APR은 애초의 설정 목적과 달리 융자상품과 상환기간에 따라 그 의미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융자신청을 할 때 단순히 APR에 너무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이자율과 포인트, 융자관련 비용등을 잘 따져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주택융자에 있어서는 세 가지 즉 이자율, 포인트, 융자관련비용(클로징비용과는 다른 개념)을 잘 파악하고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포인트를 얼마만큼 지불하였을 때 이자율이 얼마나 낮아지는지를 따져서 자신의 상황에 맞춰 유리한 결정을 하는 것도 중요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미주한국일보 2021.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