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입 시 ‘상투’ 잡지 않으려면 여러 배경 살펴야
▶ ‘나온 지 오래된 매물, 계약 여러 번 취소된 매물’
▶ 제값 주고 사면 손해, 부동산 웹사이트 통해 시세 확인하고 평방피트 당 가격도 비교해야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주택을 구입한 것을 후회하는 바이어를 최근 많이 볼 수 있다. [로이터]
매물 조건이 우수해도 동네에서 제일 비싸게 나온 매물은 향후 가격 상승 폭이 크지 않다. [준 최 객원기자]
최근 2년간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많은 구매자가 집을 너무 비싸게 구입한 것을 후회한다고 응답했다. 매물 부족으로 인한 주택 시장 과열 현상이 초래한 결과다. 주택을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구입하면 나중에 집을 팔 때나 재융자를 실시할 때 어려움을 겪기 쉽다.
최근 주택 시장 열기가 한풀 꺾였지만 셀러가 부르는 호가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주택을 구입하기 전 적절한 시세를 파악하고 구입하려는 매물의 가격이 시세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나온 지 오래된 매물
주택 시장 성수기에는 매물이 나온 지 수주, 심지어 수일 내에 팔리는 경우가 흔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물이 나오자마자 전광석화처럼 팔리는 일이 흔했다. 요즘 주택 경기가 한산해졌지만 매물이 팔리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30일로 여전히 짧은 편이다. 나온 지 오래된 매물이 팔리지 않는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는데 셀러의 호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 계약이 여러 번 취소된 매물
셀러가 바이어의 구매 오퍼를 수락하면 계약이 체결되고 매물 상태가 계약이 체결됐음을 의미하는 ‘펜딩’(Pending)로 바뀐다. 펜딩 기간에는 다른 바이어가 아무리 높은 오퍼를 제시해도 셀러가 마음대로 계약을 맺을 수 없다.
펜딩 상태였던 매물이 다시 계약 체결이 가능한 ‘유효’(Active) 매물로 상태가 변경되면 구매 계약이 취소됐음을 의미한다. 계약 취소 이유는 다양하다. 주로 매물에서 결함이 발견됐거나 감정가가 계약 가격보다 낮게 나왔을 때 계약이 취소되기 쉽다. 계약이 여러 차례 취소된 매물은 가격 협상 여지가 큰 매물로 볼 수 있다.
◇ 주변 비슷한 가격대 매물 안 팔릴 때
주변 비슷한 가격대의 여러 매물이 동시에 안 팔릴 때도 섣불리 오퍼를 제시해서 안 된다. 주택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은데도 안 팔리고 있다는 것은 여러 채 모두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는 같은 도시의 다른 지역에 나온 매물과 가격을 비교해서 적정 시세를 파악해야 한다.
◇ 동네에서 제일 비싸게 나온 매물
수영장이 설치됐거나 고급 리모델링이 실시된 매물은 주변 매물보다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물 조건이나 상태가 고려된 가격이 적절하다고 해도 동네에서 제일 비싼 매물을 구입하면 가격이 쉽게 오르지 않는 단점이 있다. 주택 가격이 오르는 시기 인근 주택에 비해 가격이 더디게 오르고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더 빨리 떨어진다.
◇ 최근에 싸게 매매된 매물
얼마 전에 싸게 팔린 매물이 비싸게 다시 나온 매물도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단기간에 되파는 매물을 이른바 ‘플리핑’ 매물이라고 한다. 상태가 불량해 매우 낮은 가격에 나온 매물을 구입해 수리를 거쳐 시장에 다시 나오는 매물이다.
플리핑 매물이 적정 시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단기간에 수리가 실시되기 때문에 구조적 결함 재발생 가능성이 높다. 수리 항목도 대부분 ‘겉치장’ 위주에 그칠 때가 많아 수리를 통한 실제 가치 상승 효과도 크지 않다.
◇ 결함 발견된 매물
주택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지난 2년 매물 결함을 알고도 구입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매물은 없고 구입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일단 구입부터 하자는 경쟁심이 퍼졌기 때문이다. 매물이 발견된 매물은 시세대로 구입해도 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따지면 비싸게 주고 사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주택 시장 열기가 식으면서 이런 현상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홈 인스펙션을 통해 결함이 발견되면 셀러에게 수리비를 요구하거나 계약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셀러 측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컨틴전시를 활용해 단호하게 계약 취소에 나서는 바이어가 늘고 있다.
◇ 평방피트 당 가격이 비싼 매물
매물 가격 비교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가 평방피트 당 가격을 구해서 비교하는 것이다. 매물 호가인 리스팅 가격을 매물 크기(평방피트)로 나누면 평방피트 당 가격을 계산할 수 있다. 크기가 2,000평방피트인 매물의 리스팅 가격이 80만 달러라면 평방피트 당 가격은 400달러인 셈이다.
평방피트 당 가격을 계산해 다른 매물과 비교하는 방식이 대체로 정확한 가격 비교 방식으로 여겨진다. 평방피트 당 가격이 다른 매물에 비해 너무 높다면 비싸게 나온 매물로 볼 수 있다. 또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매물보다 매물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도 의미한다.
◇ 온라인 시세보다 비싼 매물
과거 주택 시세를 확인하려면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의뢰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주택 시세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웹사이트에서 구입하려는 매물의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면 시세 산출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매물의 대략적인 시세를 제공받는다.
온라인 시세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략적인 시세를 알아보는 데는 효과적이다. 만약 구입을 고려하는 매물의 리스팅 가격이 온라인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비싸다면 적절한 시세가 반영됐는지 점검해야 한다.
◇ 학군이 좋지 않은 지역
주택이 위치한 지역 조건이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학군이다. 우수한 학군에 위치한 매물은 이른바 ‘학군 프리미엄’을 더 받을 수 있다. 우수 학군 지역은 주택 수요가 지속해서 유입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주택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학부모가 선호하지 않는 학군임에도 불구하고 우수 학군 지역 매물과 비슷한 가격에 나온 매물도 비싸게 나온 매물로 분류할 수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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