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개솔린 가격… 주정부, 업체에 ‘칼 빼들어’
▶ 메이저 정유사 소송 걸어…기후변화 환경 파괴 이유
▶ 속내는 오른 개스값 때문…LA, 전국보다 2달러 높아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기후 위기를 이유로 메이저 석유업체들을 고소했다. 표면적으로는 환경 파괴를 이유로 들었지만 실상은 갤런당 6달러에 육박한 개솔린 가격을 문제 삼아 에너지 업체 길들이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LA 지역 개솔린 가격은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2달러 이상 높다.
18일 CNBC에 따르면 가주 주정부는 지난 15일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에 메이저 석유업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BP, 셰브론, 코토코필립스, 엑손모빌, 쉘 등 5개 에너지회사와 이들 업체들을 대표하는 아메리칸페트롤늄인스티튜트가 수십년 동안 화석연료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의도적으로 숨겨왔다며 책임을 묻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주 당국은 석유 메이저 업체들의 은폐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 지연돼 수백억달러의 복구 비용을 공공이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가주 정부는 이번 소송을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얻기 위해 진지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
실제 개빈 뉴섬 주지사는 소송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인 16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리는 다섯개 석유 메이저 회사들이 지구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화석연료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을 매우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며 “이제는 그들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때”라고 역설했다. 가주 주정부는 현재 기후 변화로 인항 환경 파괴를 복구하기 위한 기금 마련을 고민 중인데 해당 과정에서 석유 업체들이 배상금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는 중이다.
다만 이번 소송전이 환경 이슈와 별개로 개스값 상승에 대한 주정부의 대응이라는 분석도 많다. 전미자동차협회(AAA)와 유가정보서비스(OPIS)에 따르면 이날 LA 카운티 평균 개솔린 가격은 전일 대비 4.8센트가 오른 갤런 당 5.92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사흘 동안 27센트가 치솟으면서 갤런 당 6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또 전주 대비 39.2센트, 전월 대비 62.5센트, 전년 동기 대비 48.6센트나 높다. 이런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2022년 10월 5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인 6.49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
오렌지카운티 평균 개솔린 가격도 이날 5.91달러로 치솟았다.
개솔린 가격은 전국을 기준으로도 이날 갤런당 3.88달러를 기록해 올해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WTI 기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전국 개솔린 가격은 LA 카운티의 5.92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2.04달러나 낮다.
인플레이션이 해소되지 않은 현재 가주 당국 입장에서는 개스값 상승이 매우 부담스럽다. 특히 개스는 대중교통이 발달되지 않은 가주에서는 생활필수품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높은 가격이 유지되면 주정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 그동안 메이저 석유 업체들이 유가를 안정시키도록 다양한 방안을 사용해 왔다. 이번 소송도 이런 차원에서 추가적인 개솔린 가격 상승을 유도하지 말라는 경고장 일수 있는 것이다.
다만 주정부의 대응이 실질적으로 개솔린 가격 하락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최근 개솔린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공급 요인이라기 보다는 여름 휴가 시즌과 맞물려 나타난 수요 폭발 탓이라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팬데믹 기간 엇눌려온 여행 수요가 여름에 크게 늘면서 개솔린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개솔린 가격 상승이 다른 상품 가격 상승으로 번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의류와 같은 제품의 원료일 뿐만 아니라 개스는 상품을 운송하기 위해서 필수적이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개솔린 가격이 상승하고 함께 다른 재화의 가격이 올라가는 일은 자주 발생해 왔다.
<출처: 미주한국일보 2023.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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