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주장하고 문제 생기면 한목소리 대응”

By Karen Lee, in Uncategorized on .

기획: ‘아시안 증오범죄’ 왜 느나…<3> 어떻게 대처할까
피해 당하면 무조건 신고
인권단체들 도움도 가능
주요 한인단체들 연대
대응 시스템 구축 필요

지난 3월 27일 LA한인타운에서 열린 아시안 증오범죄 근절 평화 집회에 참가한 2000여 명이 올림픽 불러바드를 가득 메운 채 행진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지난 3월 27일 LA한인타운에서 열린 아시안 증오범죄 근절 평화 집회에 참가한 2000여 명이 올림픽 불러바드를 가득 메운 채 행진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연방수사국(FBI)에서 규정하는 증오범죄는 종교·인종·성별·개인 정체성·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폭행·위협·불법 침입·불법적 집단행동을 하는 범죄를 말한다. 가해자는 연방·주 정부의 형법에 근거해 처벌된다.

증오 발언은 종교·인종·성별·개인 정체성·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한 편견이나 적개심을 언어나 그 밖의 다른 형태로 표현 것이다. 이민자·아시안·동성애자·무슬림·유대인 등을 대상으로 자주 이뤄진다. 공공장소를 비롯해 사적인 장소에서의 욕, 인종적 모멸감 표현, 혐오성 발언, 인종차별이 담긴 메시지를 배포하는 등의 행위가 증오 발언에 해당한다.

하지만 증오 발언의 경우 증오범죄와 달리 범죄로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는 미국 수정 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 백 투 유어 컨트리(Go back to your country)’ ‘동성애자스럽다(That is so gay)’ 등은 언어적 폭력으로 증오 발언에 포함되나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주장할 경우 법적으로 대처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증오 발언의 피해를 보았을 경우에는 목소리를 높여 강력히 항의하되 차분하게 문제가 되는 말과 행동을 지적할 것을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무엇보다 상대방이 술이나 마약에 취해 있는 상황에서는 무시하고 자리를 피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하지만 증오 발언이 증오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법은 피해자를 보호한다.LA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LAPD 올림픽 경찰서 패트리샤 산도발 서장은 “혐오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며 한인들에게 신고를 당부했다.

신체적 피해가 있는 경우엔 즉시 병원에 연락하고 물적 증거는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휴대전화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두는 것이 도움된다.

무엇보다 경찰에 신고할 때 반드시 ‘증오범죄’로 수사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신고한 뒤에는 접수증을 받고 FBI나 주 검찰청에도 신고해야 증오범죄로 수사가 계속 진행될 수 있다. 증오범죄로 수사를 요구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혐의가 확정될 경우 가해자에 대한 가중처벌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가중처벌을 받는 가해자가 많아질수록 증오범죄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

▶인종차별 대처법

연방 및 캘리포니아 법은 ‘차별’로 부터 모든 주민을 보호한다. 인종, 국적, 또는 이민 신분으로 인해 그 어떤 차별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집을 구하거나 취업 또는 사업 활동까지 포함돼 있다. 차별로 인한 폭력과 따돌림, 괴롭힘은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괴롭힘과 같은 가볍고 고의가 아닌 행동이나 발언은 증오 발언이나 증오범죄 범주엔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가해자를 무조건 인종차별주의자로 지적하기보다는 어떠한 행동이 또는 어떤 단어가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짚어주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단순히 “무례하다”고 말하기보다는 “그 단어는 한인이나 아시안에게 굉장히 불쾌하게 들린다”고 말하는 것이 좋다.

또 직장이나 공공시설에서 인종차별 피해를 보았다면 그러한 피해에 대응할 법적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소송을 제기해야 할 수준의 피해를 보았지만 변호사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면 인권 변호 기관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남부빈곤법률센터(Southern Poverty Law Center)’나 ‘명예훼손 반대리그(Anti-Defamation League)’등이 대표적인 인권 변호 기관이다.

▶신고 핫라인

증오범죄 신고 핫라인은 곳곳에서 가동 중이다. 피해자가 아닌 목격자도 신고가 가능하다.

한인들은 증오범죄를 당했거나 유사 피해를 보았을 경우 긴급 상황에서는 911로 신고하고, 긴급상황이 아니라면 증오범죄 전담 신고전화(877-275-5237)를 이용하면 된다. LA 주민일 경우 ‘211’로 신고해 지원 기관 연결, 언어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태정의진흥협회(AAAJ)는 한국어 핫라인(800-867-3640)을 운영하고 있다. AAAJ는 또 증오범죄 피해자들에게 한국어 상담을 포함, 소셜 워커를 통한 치료비 및 정신상담 서비스, 보험 등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한국어로 신고할 수 있다.

-stopaapihate.typeform.com/to/UMN7N2sO (한국어)

-www.standagainsthatred.org/kr/report (한국어)

이밖에 사회보장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핫라인(844-9-NO-HATE)도 있다.

▶커뮤니티 통합 대응 필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한인사회의 단합된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기관 등에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타 아시아계 커뮤니티와의 연대에도 단합된 목소리가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슈에도 제각각 움직이다 보면 원하는 결과물을 끌어내기 어렵다.

지난 3월 16일 한인 여성 4명이 사망한 조지아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발생한 후 아시안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각종 행사가 한인 타운에서도 열렸지만 모든 한인 단체들이 한 곳에 모여 단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지난 3월 27일 LA 한인타운 한복판인 올림픽 불러바드에서 진행된 아시안 증오범죄 규탄 시위에는 일부 단체 관계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시위에는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미겔 산티아고 가주하원의원과 마크 리들리-토머스 LA시의원을 비롯해 주디 추·지미 고메즈 연방하원의원, 홀리 미첼 LA카운티 수퍼바이저, 미치 오페럴 LA시의원, 론 갈페린 LA시 회계감사관 등 좀처럼 만나기 힘든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데이브 민 가주 상원의원과 존 이 LA시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KYCC, 한미연합회(KAC) 등 한인타운 내 대표적인 비영리 단체뿐만 아니라 아태계와 흑인, 라틴계 단체들도 대거 참석해 이날 피켓을 들었다.

당시 제임스 안 LA한인회장은 “초대했지만 참석하지 않은 단체도 있다. 이유는 모른다”며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한인타운의 한 비영리 단체장은 “한인 커뮤니티가 통일된 대응 방침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주류사회도 제대로 된 조치를 제시할 수 없다”며 “아무리 의도가 좋은 행사를 했어도 결국은 일회성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연대정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단체장은 “서로 제각각 일하다 보니 처음 이슈가 생길 때만 목소리를 높일 뿐 끝까지 확인하고 책임지는 곳이 없다”며 “결국은 책임감의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단체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한인사회의 주요 이슈를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고 한목소리를 내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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