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분위기 변화에 입김 내기 시작한 바이어들

By Jisu Cha, in Uncategorized on .

▶ 컨틴전시 유지하고 가격 깎는 바이어도 지역 상황 분석해 적절한 오퍼 조건 제시해야

리스팅 가격을 내리는 셀러가 늘고 있어 이제 무조건 높은 가격의 오퍼를 제시할 필요가 없다. [로이터]
안 팔리고 쌓여가는 매물이 늘면서 바이어 간 경쟁이 줄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지난 2년간 주택 시장에서 나타난 과열 현상은 전쟁에 비유될 정도다. 바이어 간 경쟁이 극에 달했고 위험을 감수하고 구입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최근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 주택 구입자 3명 중 1명(36%)은 집을 비싸게 주고 구입한 것 같다며 후회했다. 극심한 경쟁 탓에 적정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또 많은 바이어가 단지 집을 구입하기 위해 크기, 위치, 구조와 같은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집을 구입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그런데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하고 주택 거래가 줄면서 주택 시장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희생적이던 바이어가 최근 자신의 권리를 되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재정 전문 머니 매거진이 확 바뀐 주택 시장 모습과 새로운 주택 구입 전략을 소개했다.

◇ 복수 오퍼 비율 15개월 이래 최저 

불과 1~2달 전만 해도 내 집을 마련하려면 다른 바이어와 구입 경쟁을 치러야 하는 것이 기정사실이었다. 매물 한 채에 여러 명의 바이어가 구입 오퍼를 제출하는 과열 경쟁 현상은 2020년 늦은 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일시 중단된 주택 매매 활동이 재개되면서 쌓였던 주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전례 없는 과열 경쟁이 나타났다.

이후 2년간 전국 대부분 주택 시장에서 볼 수 있었던 과열 경쟁 양상이 최근 들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의 조사에서 지난 5월 구입 계약을 체결한 매물 중 약 58%만 복수 오퍼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 오퍼는 매물 한 채에 최소 두 건 이상의 구입 오퍼가 제출되는 것으로 5월 복수 오퍼 비율은 지난 15개월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 지역별 상황 맞는 오퍼 조건 제시해야

복수 오퍼 현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택 구입 선호 지역이나 조건이 양호한 매물에는 여전히 여러 명의 바이어가 구입 오퍼를 넣고 있지만 제출되는 숫자는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테네시주 내슈빌의 크리스 그라임 부동산 브로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물 한 채에 오퍼가 10~15건씩 제출됐지만 이제는 5~10건으로 줄었다”라며 지역 주택 시장의 열기가 식고 있다고 설명했다.

콜로라도주 덴버도 사정은 비슷하다. 덴버는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른 지역인데 최근 주택 시장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니콜 루스 부동산 팀 매니저는 “집을 보러 오는 바이어가 확 줄었고 오퍼가 들어오지 않는 매물도 늘고 있다고 일선 에이전트들이 전한다”라며 “구입 경쟁이 줄어든 지역에서는 이전처럼 공격적인 구입 오퍼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라고 달라진 구입 환경을 전했다.

루스 매니저는 “지금처럼 주택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지역 주택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성공적인 주택 구입을 좌우하는 열쇠”라며 “전국적인 트렌드에서 벗어나 지역별 상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 ‘무조건 높게 써야’ 생각 버려야 

새 매물이 나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서둘러 오퍼부터 제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여전히 익숙하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사라졌고 한숨부터 쉴 여유가 생겼다. 최근 매물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많은 매물이 주택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은 6월 둘째 주 시장에 나온 매물이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고 발표했다. 리얼터닷컴은 팔려고 내놓은 매물도 늘고 있지만 안 팔리는 매물도 동시에 늘고 있어 매물 서서히 쌓여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매물이 늘기 시작하자 매물 조건을 따지지 않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주택 구입에 나서는 바이어는 크게 줄었다. 대신 매물 조건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재정 상황에 맞는지부터 따지는 현실적인 바이어가 늘고 있다. 루스 매니저는 “셀러가 부르는 리스팅 가격이 매물 조건과 비교해 과연 가치가 있는지 먼저 따져 보라”고 조언했다. 초강력 셀러스 마켓을 경험한 바이어는 ‘설마 그래도 될까’하겠지만 자진해서 가격을 내리는 셀러가 많아진 현실을 보면 시도해 볼 만하다.

◇ 더 이상 컨틴전시 포기하지 않겠다

최근까지도 바이어 보호 조항인 컨틴전시를 포기하는 무모한 바이어가 많았다. 컨틴전시는 매물 결함이 발견되거나 주택 감정가가 낮게 나올 경우 바이어가 이미 체결된 구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컨틴전시를 포기하고 주택 구입에 나섰다가 나중에 발견된 결함으로 큰 후회를 하는 바이어 사례도 적지 않았다.

주택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컨틴전시를 유지하는 바이어가 다시 늘고 있고 아직까지 경쟁이 심한 지역에서는 일부 변형된 컨틴전시 포기 전략이 활용되고 있다. 처음부터 오퍼에서 홈 인스펙션 컨틴전시를 삭제하는 대신 오퍼 제출 전 비공식 홈 인스펙션을 실시해 매물 상태를 미리 점검하는 방식이다. 집을 보러 오는 바이어의 발길이 줄면서 바이어의 이 같은 요청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셀러를 찾을 수 있다.

◇ 오퍼 경쟁 예상되면 ‘에스컬레이션’ 조항 활용

레드핀 조사에서 6월 11일 기준 직전 4주 동안 리스팅 가격을 인하한 매물은 전체 매물 중 22%를 차지했다. 매물 5채 중 1채는 기대했던 타이밍에 안 팔려 가격을 내린 것인데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내놓은 지 일주일도 안 돼 가격을 내리는 셀러가 나올 정도로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단 비싸게 쓰고 보라’던 부동산 에이전트가 이제는 무조건 높은 가격에 오퍼를 적어 낼 필요가 없다며 조언하고 있다.

그래도 다른 바이어와의 오퍼 경쟁이 예상된다면 처음부터 높은 가격에 오퍼를 적어 내지 말고 대신 ‘에스컬레이션 조항’(Escalation Clause)을 활용할 수 있다. 에스컬레이션 조항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위험을 방지하는 장치다.

예를 들어 30만 달러에 오퍼를 쓰고 싶은데 더 높은 가격의 오퍼가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면 35만 달러까지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조건의 조항이다. 만약 경쟁 바이어가 34만 달러에 오퍼를 제시하더라도 오퍼 가격을 35만 달러까지 올릴 것을 약속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아지는 셈이다. 셀러 측은 기존 오퍼 가격보다 높은 가격의 오퍼가 제출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에스컬레이션 조항의 효력이 발생한다. 

<출처: 미주한국일보 2022.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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