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이 기관지 깊숙이 침투…확실한 증거 나왔다
캐나다 얼음 시료에서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 조각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이 극지방의 얼음이 눈에도 쌓인다. AFP=연합.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이 코로 들어와 기관지 깊숙이 침투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증거가 제시됐다.
미세플라스틱(지름 5㎜ 미만)이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광저우 의과대학과 중산대 제5 부속병원 등의 연구팀은 1일(현지 시각) “폐암 환자의 기관지-폐포 세척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했다.
기관지-폐포 세척액(bronchoalveolar lavage fluid, BALF)은 생리식염수를 기관지-폐포에 주입해 세척한 다음 회수한 액체를 말한다.
기관지와 폐포(허파꽈리) 세척은 세균 등의 병원체나 악성 세포 등을 찾아내 진단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다.
식염수로 허파꽈리 씻어내 분석
중국 광저우 의과대학 연구팀이 실시한 기관지 미세플라스틱 검출 실험을 요약해 나타낸 그림.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2023]연구팀은 2021년 여름 모집한 32~74세의 비흡연자 18명(여성 15명, 남성 3명)의 동의를 얻어 BALF 시료를 얻었다.
이들은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거나 평생 100개비 미만의 담배를 피운 사람들이었는데, 89%가 폐암을 앓고 있었다.
연구팀은 대상자에게 20~60mL의 멸균 식염수를 투여한 다음 다시 빼내 분석했다.
주사 전자현미경(SEM)과 결합한 레이저 직접 적외선(LIDAR) 분광법으로 미세플라스틱 존재 여부와 미세플라스틱 특성을 조사했다.
기관지 폐포를 세척하지 않은 식염수를 분석했을 때(대조 시료)와 비교한 결과, BALF에는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관찰됐다.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촬영한 미세플라스틱 이미지. 위의 것은 폴리에틸렌(PE) 성분이고, 아래 사진은 폴리카보네이트(PC) 성분이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2023]6개 대조군 시료에서는 중앙값 직경이 57㎛인 입자가 16개만 관찰됐다.
18개 BALF 시료에서는 총 1634개의 합성 폴리머 입자와 섬유를 관찰됐는데, 그중 4.2%는 섬유이고 95.8%는 불규칙 모양이었다.
BALF 시료 내 미세플라스틱 숫자는 시료 1g당 0.2~140.9개였다.
미세플라스틱 크기는 대부분 20~8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였고, 중앙값 직경은 34.0 ㎛였다.
폴리에틸렌 성분이 86% 차지
기관지-폐포 세척을 통해 얻어낸 미세플라스틱의 종류. 폴리에틸렌이 86.1%를 차지했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2023]18개 BALF 시료에서는 모두 13가지 유형의 미세플라스틱이 관찰됐다.
폴리에틸렌(PE)이 86.1%로 가장 많았고,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페트(PET)가 7.5%, 폴리프로필렌(PP)이 1.9%, 폴리카보네이트(PC)가 1.6%, 폴리우레탄(PU)가 1.4%로 그 뒤를 이었다.
연구팀 “이번 연구는 사람 BALF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존재를 정량적으로 입증한 첫 연구”라며 “BALF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존재는 미세플라스틱이 기도 깊숙이 침투한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도 대기 호흡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다양한 출처에서 MP를 흡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관지-폐포 세척 시료(BALF)와 대조군(control) 시료별 미세플라스틱 종류.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2023]다만,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이 폐암 환자들이어서 질환으로 인해 미세플라스틱을 몸 밖으로 잘 배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폐 손상 유발, 혈액 침투도
공기 미세플라스틱 채취 장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한편, 지난달 25일 안전성평가연구소(KIT) 인체 유해인자 흡입독성연구단과 전북대 김범석 교수 연구팀은 폴리프로필렌 성분의 나노플라스틱을 실험동물 기도에 떨어뜨린 실험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폐 손상을 유발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나노플라스틱은 0.1㎛, 즉 100㎚(나노미터)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을 말한다.
실험 결과, 동물의 폐에서 염증성 손상이 유발되고, 호중구성(백혈구 일종) 염증 반응도 관찰됐다.
면역 세포인 호중구는 바이러스·세균 등이 혈액에 침입했을 때 이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 폐암 상피세포주(A549)에 PP 나노플라스틱을 노출했을 때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됐다.
폐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이 혈관으로 침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VrijeUniversiteit Amsterdam) 등 네덜란드 연구팀은 ‘국제 환경 저널(Environment International)’에 발표한 논문에서 건강한 성인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연구팀은 22명의 지원자로부터 채취한 혈액 시료 중 17명(77%)의 혈액에서 측정이 가능한 수준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이 비스페놀A나 프탈레이트 등 유해물질과 복합체를 형성하면, ‘트로이 목마 효과’를 내면서 암 발생 등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강찬수(kang.chansu@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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