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실종됐던 ‘오픈하우스’ 돌아온다

By Jisu Cha, in Uncategorized on .

▶ 100년 전 처음 등장 50년대부터 현재 방식 자리 잡아

▶ ‘파티·기금모금·세미나’ 접목한 다양한 형태로 진화

팬데믹으로 실종됐던 ‘오픈하우스’ 돌아온다
주택 시장 성수기를 앞두고 오픈하우스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 오픈하우스의 시초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팬데믹으로 실종됐던 ‘오픈하우스’ 돌아온다
파티, 세미나, 기금 모금 행사를 접목한 독특한 방식의 오픈하우스도 많이 열리고 있다. [로이터]

완연한 봄기운과 함께 오픈하우스의 계절이 찾아왔다. 주말마다 도로에 꽂힌 오픈하우스 사인이 바이어에게 손짓하고 있다. 오픈하우스는 바이어에게 집을 공개하는 행사다. 집을 팔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인 오픈하우스는 팬데믹으로 사라질 뻔했지만, 그 중요성 때문에 최근 다시 열리는 추세다. 오픈하우스는 집을 파는 데 도움이 되지만 낯선 사람에게 집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주의할 점도 많다. 오픈하우스의 유래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한 최근 오픈하우스 모습 등을 살펴본다.

◇ 100년 전 처음 등장

오픈하우스의 유래는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9년까지 부동산 면허가 없어도 누구나 집을 팔 수 있었다. 부동산 거래 자격이나 경험이 없어도 집 앞에서 ‘판매’(For Sale) 사인을 내걸던 시기다. 집 한 채에 판매 사인이 여러 개 걸린 경우도 흔했고 바이어는 이중 한 사람을 골라 ‘집을 볼 수 있겠냐’고 요청하고 가격이나 기타 정보를 물어봐야 했다. ‘재수’ 없으면 사기성 중개인에게 걸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심각한 결함이 있는 집을 구입하는 피해도 흔했다. 

부동산 ‘무법 시대’와 같던 이 시기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뜻있는 중개인들이 지역별로 협회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러 명의 중개인이 매물 한 채를 경쟁적으로 팔면서 발생하는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독점 판매 계약 개념이 등장했다. 셀러는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한 중개인 한 명을 통해서만 집을 팔 수 있었고 독점 판매권을 받은 중개인은 여러 명의 바이어에게 집을 보여주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 오픈하우스를 시작했다.

◇ 새로 지은 집 팔기 위한 목적

최초의 오픈하우스는 등장한 시기는 1910년대다. 건축업자가 새로 지은 주택을 팔기 위한 수단으로 오픈하우스를 활용했는데 당시 명칭은 오픈하우스가 아니라 ‘공개 점검’(Open for Inspection)이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등장한 전등과 같은 주택 설비, 전에 볼 수 없었던 주방 구조 등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바로 공개 점검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지금의 오픈하우스가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 오후 시간대에만 열리는 것과 달리 최초 오픈하우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일 또는 수 주 동안 이어졌다. 중개인 한 명이 신축 주택에 상주하며 집이 팔릴 때까지 오픈하우스를 주택 판매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최초의 오픈하우스다.

◇ 1950년대 오픈하우스 명칭 생겨

1925년 인디애나 주 포트웨인의 한 중개인이 빈집에 장식용 가구를 설치해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오픈하우스 개념을 처음 시도했는데 지금의 ‘홈 스테이징’의 시초인 셈이다. 오픈하우스는 집을 팔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지만 1930년대와 1940년대를 거치며 중개인 개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오픈하우스를 찾은 바이어에게 다른 매물을 소개하며 오픈하우스 당일 여러 건의 구매 계약 체결에 성공하는 중개인도 등장했다.

1940년대와 1950년대 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에서 돌아온 남성이 다시 가정을 꾸리면서 집이 필요했고 이후 부동산 시장에 전에 없던 호황이 찾아왔다. 라디오와 신문을 통한 매물 광고가 급증했고 오픈하우스는 집을 팔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로 자리 잡게 됐다.

1950년대 들어서면서 ‘공개 점검’이란 명칭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픈하우스’란 명칭이 대신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오픈하우스 행사가 지금처럼 일요일에만 열리게 됐는데 당시 시행된 ‘청교도적 법률’(Blues Laws)의 영향이 크다. 이 법에 의해 일요일에는 모든 업무나 사업 거래가 금지됐기 때문에 일요일에 오픈하우스를 열고 주중에 거래 협상이나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1952년 경품 추첨 행사를 겸한 오픈하우스가 최초로 등장했다. 텍사스 주 댈러스의 한 중개인이 신축 주택 오픈하우스를 열면서 간단한 음료를 제공했고 방문자 중 한 명을 추첨해 캐딜락 차량을 제공했는데 이날 오픈하우스에 무려 3만 명이 다녀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 50년대 이후 지금의 방식 자리 잡아

이후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오픈하우스 진행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 직접 방문이 금지된 팬데믹을 거치며 ‘동영상, 가상 투어’ 등 신개념 오픈하우스가 등장했지만 ‘집은 직접 가서 봐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오픈하우스를 찾는 발길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2022년 주택시장 동향 보고서를 보면 매물 정보를 얻는 수단으로 오픈하우스를 활용하는 바이어가 중개인(87%), 모바일 기기(74%)에 이어 3번째(41%)로 많았다. NAR의 2014년 보고서에서도 당시 약 44%의 바이어가 오픈하우스를 매물 검색 수단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중 약 9%는 오픈하우스에서 처음 본 집을 샀고 약 5%는 오픈하우스에서 만난 중개인을 통해 주택을 구매했는데 약 10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추세다.

◇ 다양한 형태로 진화

100살의 나이를 맞은 오픈하우스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주택 매매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셀러와 바이어 모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오픈하우스는 그동안 끊임없이 진화했다.

▶미니 오픈 하우스: 미니 오픈 하우스는 주로 주중 점심시간 약 1시간 동안 개최되는 신개념 오픈 하우스다. 주말 근무자 등 주말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바이어들이 미니 오픈 하우스의 주요 ‘고객’이다.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서 오픈 하우스를 둘러보려는 일반 직장인들도 미니 오픈 하우스를 많이 찾는다.

▶파티 오픈 하우스: 기존 오픈 하우스의 딱딱한 분위기를 벗고 파티 형태로 개최되는 오픈 하우스가 최근 젊은 층 바이어들 사이에서 인기다. 파티 오픈 하우스는 일부 고급 주택 매물 시장에서 이미 널리 실시되고 있는데 반응이 꽤 좋은 편이다. 방문자들은 파티 행사에 참석하는 것처럼 멋진 복장을 차려입고 등장한다.

▶기금 모금 오픈 하우스: 지역 내 비영리 단체 또는 자선 단체를 돕기 위한 목적의 기금 모금 행사를 오픈 하우스 행사와 겸해서 개최하는 형태다. 기금을 전달할 단체는 지역 동물 보호소나 청소년 관련 단체 등 정치적 목적과 무관한 단체라야 오픈 하우스 개최 효과도 높아진다. 오픈 하우스 방문자들의 자발적인 기부를 유도하는 한편 셀러가 방문자가 기부한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좋은 홍보 효과도 기대된다.

▶세미나 오픈 하우스: 주택 매매 정보를 제공하는 세미나를 겸한 오픈하우스다. 대출 은행 관계자가 오픈하우스에 참석해 방문자로부터 대출 관련 질문을 받으면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구입자의 주택 구입 자격 등을 자세히 파악해 향후 매물 검색 의뢰가 있을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출처: 미주한국일보 2023.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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