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소비자들 연 3000불 더 쓴다
‘야데니 리서치’ 분석
인플레까지 겹쳐 이중고
쇼핑·외식비 지출 축소
싼 개스를 찾는 운전자들이 코스트코 주유소에 몰리면서 한가한 시간에도 차량이 긴 줄로 이어지고 있다. [중앙포토]#오렌지카운티에서 LA카운티로 출퇴근하는 김 모씨는 최근 개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주 개스비로만 70달러를 더 지출하고 있다. 김씨는 차의 무게를 줄이려 트렁크를 비웠지만 효과가 크지 않아서 카풀할 지인을 수소문하는 중이다. 그는 “한 달이면 280달러를 주유비로 더 쓰게 되는 셈인데 앞으로도 더 오르면 올랐지 내려갈 것 같지 않아서 격주로 카풀할 한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 격주 재택근무를 요청할까도 고민 중이다.
#주부 이 모씨는 요즘 장보기가 겁난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4인 가족을 위해 한 번 장을 보면 육류까지 포함해 평균 200달러 정도를 지출했는데 지금은 같은 품목과 양인데도 거의 300달러가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외식은 아예 접었다. 가족 4명이 짜장면과 탕수육만 먹었는데도 세금과 팁까지 더하면 100달러가 나올 정도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경제 전반이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자동차 개스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자 소비자들의 지갑이 더욱 얇아지고 있다. 새해부터 임금이 올랐지만 지금 같은 추세로 물가가 계속 뛴다면 살림살이를 다시 걱정해야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국에서도 가장 비싼 캘리포니아의 개스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부 지역 주유소의 개솔린 가격은 갤런당 5달러 중반대를 넘어 6달러대에 육박하고 있고 프리미엄 개솔린은 7달러를 돌파한 곳도 나오는 실정이다. 6%를 넘는 물가 상승세가 4개월 연속 지속하는 가운데 개스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얼굴에 점차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고유가로 인해서 한 가구당 개스 비용으로만 연간 2000달러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와 그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 개스값 상승 여파에 따른 물가 상승률까지 고려하면 식료품 구매 비용으로도 연간 1000달러를 더 소비해야 할 것이라는 게 야데니 리서치(Yardeni Research)의 설명이다.
결국 오른 개스 값 때문에 생활비로 3000달러가 더 필요해진 셈이다. 아니면 그만큼 다른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소비자 권익 옹호단체 관계자는 “역대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 및 개스 값으로 인해서 일부 근로자는 출퇴근 차량의 연료 탱크를 채우는 것과 식료품 구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는 물가와 개스가격 안정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캐피털원이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소비 지출을 줄였다고 답해서 인플레이션과 고유가에 직격탄을 맞고 있음을 보여줬다.
연 소득 2만5000달러 미만과 2만5000~10만 달러 사이의 응답자 50%가 쇼핑, 외식, 여가 활동 지출을 줄였다고 전했다.
한 운전자는 “연방 정부는 물론 가주 정부도 유류세 면세를 당장 시행해서 비싼 개스 가격으로 힘들어하는 서민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와중에 조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8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향후 개스 가격은 더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실제 미국과 영국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를 밝힌 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30달러(3.6%) 오른 배럴당 123.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애널리스트들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로 유가가 더 오르면, 전국 평균 개스 가격이 5달러 선으로 현재보다 1달러가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주의 경우 최소 갤런당 7달러대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JP모건 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진성철 기자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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